관제권 얽혀 위험한 '제주남단 항로'…국토부 "한중일 협의 중"

입력 2019-08-14 15:49
관제권 얽혀 위험한 '제주남단 항로'…국토부 "한중일 협의 중"

작년부터 2차례 항공기 충돌 위험상황 발생…"위험 저감 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토교통부는 14일 관제권이 얽혀 있는 '제주 남단 항공 구역'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중국, 일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는 지난 6월 30일 제주공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으로 향하던 중국 길상(吉祥)항공 비행기가 근접 비행하는 중국 동방(東方)항공 여객기를 피해 급히 고도를 낮췄던 일과 관련이 있다.

당시 두 비행기는 수직으로 210m, 수평으로 8.8㎞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했다.

길상항공 비행기는 인천 종합교통관제소(ACC)에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공중충돌 경보장치 회피기동'(RA)을 하겠다고 보고하고 이를 실행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넘겼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시 길상항공 비행기가 겪은 RA 상황은 동방항공 비행기가 항로에 내리는 폭풍우를 피해 북쪽으로 약 56㎞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국토부는 우리 측 관제사가 항공기 운항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중국 상하이∼일본을 오가는 아카라 항로(A593)로, 한국 비행정보구역(FIR)이 상당 부분 포함됐음에도 일본과 중국이 관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ICAO는 전 세계의 안전한 항공기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각국이 항공관제 업무와 사고시 구조 업무 등을 책임지는 FIR을 설정한다.

한국이 책임지는 '인천 FIR'은 1963년에 설정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 FIR 중 제주 남단 지역 일부는 한국의 관제당국이 아닌 중국과 일본이 관제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1983년 ICAO 중재로 한·중·일이 맺은 업무협약(MOU)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983년 당시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밖에 없었고 제주 남단은 사용하지 않는 항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이 직항로를 개설하면서 관제를 어디에서 할지 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 중국과는 수교 이전이었고, 중국 측이 우리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 신설 및 우리 관제기관과 교신하는 것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ICAO 중재로 제주 남단 공해 상공에 중국·일본이 관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아카라 항로와 교차하는 항로 주변에서는 한·중·일 삼국의 관제권이 뒤섞인다.

6월 당시 길상항공은 인천 ACC가, 동방항공은 일본 후쿠오카 ACC가 관제를 맡았다.

앞서 작년 7월에도 아카라 항로를 지나던 미국 페덱스 항공기가 후쿠오카 ACC 허가도 없이 고도를 900m 가까이 올려 인근을 지나던 국내 항공사 항공기 2대와 두 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사고 위험 구역 중 일본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구역은 한국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기존 동남아행 항로와 교차하고 있다.

이 구역에는 중국-일본 간 하루 평균 345대, 한국-중국 간 178대, 한국-동남아 간 352대 등 하루 평균 880대의 항공기가 다니고 있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국제 사회가 지속적으로 비행 안전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이 구역 항공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안전강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관제 정상화, 새 항로 신설 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협의를 ICAO, 중국, 일본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과는 조만간 베이징에서 항로 신설에 관한 기술협의를 하기로 했고, 일본은 이에 대해 아직 의견 제시가 없는 상황"이라며 "관계국 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혼잡시간대 이중감시를 위한 감독관 지정 및 악천후 시 추가 관제석 운영 등 위험 저감 대책을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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