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홍콩사태 직접 개입 가능성 아직 작아"
"'테러리즘 징후' 발언 불구, 개입 막을 장벽 존재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楊光)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테러리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중국 정부가 송환법 반대 시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면서 홍콩 시위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에 앞서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 등도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홍콩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불러온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홍콩 시위 사태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직접 개입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라파엘로 판투치 연구원은 "홍콩의 시위 사태를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할 만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중국은 테러리즘을 정부나 국가에 반대하는 정치적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자국 내에서 홍콩 시위대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보여주기식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중국이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도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반(反)테러리즘 전문가 리웨이는 12일 양광 대변인의 발언이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지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 행위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이런 선언은 반테러리즘 법에 규정된 대로 중국 공안부 같은 부서에서 하게 된다"며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홍콩의 폭력사태가 심해지는 것과 이런 상황이 더 악화해 테러리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테러리즘 법은 경찰, 안보 기관, 사법기관 등이 테러 행위에 맞서는 조처를 하고, 인민해방군, 무장경찰 등이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에 따라 테러 행위를 예방하고 대처하도록 규정했다.
리리판 상하이사회과학원 교수는 홍콩의 시위가 더 격화하더라도 중국의 직접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이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중국은 개입할 수 없다"며 "이것은 홍콩 경찰에 달려 있으며, 그들이 상황을 더는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주군법 제3항 제14조는 "홍콩행정특별구 정부는 필요 시 사회 치안 유지와 재해 구조를 위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중앙인민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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