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면 관세 철회" 전문가들 '트럼프 한계' 진단
대중 추가관세 연기·면제 두고 "트럼프 후퇴" 한목소리
"소비자 관세타격 첫 시인" 백악관 입장변경 신호로도 해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추가 관세를 연기하거나 철회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은 미국 금융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연기를 통해 미국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 얼마만큼인지를 보여줬으며 중국은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다음 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중 일부에 대해 부과 시점을 올해 12월 15일로 연기하고 일부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매전문가인 짐 채노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같은 조치를 미국이 충분한 압력을 받고 굴복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노스는 "시 주석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협상가'(트럼프 대통령)가 공세를 그만두기를 참고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자기 자신을 상대로 조치를 취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수 투자자는 이번 조치가 무역전쟁에서 미국 소비자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시인했다는 신호로 읽었다.
백악관은 그간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의 타격은 결국 중국이 모두 떠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 혹시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 표적에는 휴대전화기, 의류, 게임기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낄 것으로 관측돼왔다.
헤이먼캐피털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눈을 깜빡이며 (후퇴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에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주가지수가 몇백 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종전 입장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탄절로 접어드는 시점에 아이폰값이 치솟는 것을 꺼린 것"이라며 "중국은 이런 현상을 주요 약점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때문에 소비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결국에는 시인했다고 해설했다.
물류기업인 플렉스포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필 레비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성탄 잔치에 재를 뿌리는 악당이 되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는 양국이 모두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투자자문사 사파나드의 존 러틀리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 주석은 무역전쟁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갈등 완화를 촉구하는 정치적 압력과 소비자들에 대한 관세비용 전가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러틀리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 보좌관들 사이에 집단다툼이 있다"며 "이번 관세계획 변경은 이성적인 집단이 득세하면서 나타난 조그만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이 온건파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강경파로 거론되고 있다.
무역전쟁 격화 전망에 최근 계속 비틀거리던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는 이날 추가 관세가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큰 폭으로 올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2.54포인트(1.44%) 상승한 26,279.91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2.57포인트(1.48%) 오른 2,926.3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52.95포인트(1.95%) 치솟은 8,016.36에 장을 마쳤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