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행자제 이해하지만, 反아베 위해서라도 한일교류 계속돼야"
日온천관광지 유후인의 시민활동가 겸 카페 운영자 우라타 류지 씨
"한일교류, 日젊은이들에 과거 마주보는 계기"…"시민간 연대 중요"
(유후인[일본 오이타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오이타(大分)현의 시골 온천마을인 유후인(湯布院)은 한국에는 주로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서일본지역 최대 규모의 자위대 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잇따른 경제도발 조치 후 한국 내에서 거세게 일어난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지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의 시민사회와 끈끈한 연대가 이어져 온 곳이다.
유후인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기지 감시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우라타 류지(浦田龍次·56) 씨는 유후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간 '단절'과 '연대'라는 두 가지 움직임과 모두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 12일 유후인에서 만난 우라타 씨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텅 비게 된 료칸(旅館·일본식 전통 숙박시설)이나 식당이 적지 않다"면서 "단지 지역의 경기 문제를 넘어 이런 식으로 교류가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어떤 의도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하고 여행을 자제하는 운동을 하는지 알고 있다"며 "아베 정권이 상당히 고약한 정권이니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아베 정권을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전'에 능수능란한 아베 총리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라타 씨는 "역사에 무관심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관광을 통한 한국인과의 교류는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마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교류가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류를 통해 한국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생긴다면 정부가 선전을 통해 사람들을 속이려 할 때 '그 사람(얼굴을 아는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게 된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렇듯 권력은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면 밖에 적을 만들어 국내의 인기를 높이려 한다"면서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간 시민들끼리는 확실히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후인에서 태어나 자란 우라타 씨는 자위대와 미군이 매년 유후인의 자위대 주둔지에서 벌이는 사격 훈련을 감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자신의 카페에서 원전, 환경, 기지 문제 등에 대해 강연회도 열고 있다.
우라타 씨 등 이 마을 사람들이 한국의 시민단체와 손을 잡게 된 것은 미군 사격장으로 피해를 본 매향리 관련 한국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하면서부터다.
15년 전 역사 투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해 서대문형무소와 나눔의 집을 찾았던 그는 매향리 운동 단체들과 함께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매향리와 유후인, 오키나와의 주민들이 함께 벌인 평화 운동은 다큐멘터리 영화 '매향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좋든 나쁘든 계속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서로 대립하면 함께 마주 봐야 할 문제에서 멀어진다. 역사 속 사실을 함께 생각하면서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며 한일 시민들 사이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일본 여행 자제 운동이 '반일(反日)'에서 '반(反)아베'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사실 일본 내에서도 '반일'과 '반아베'를 구분하지 못하고 아베 총리에 반대하는 사람을 '반일'이라고 몰아세우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라타 씨는 "최근 한국 손님들이 줄면서 힘들어하고 있는 유후인의 식당이나 료칸들이 꽤 있는데, 이들 중에는 아베 총리의 열혈 지지자들도 있다"며 "그분들이 이번 기회에 한국 등 아시아와의 연결 속에서 자신들의 생활이 있고, 아베 총리가 이런 상황에서 자꾸 대립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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