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사라진 韓관광객…日여행업계·지방도시 '당혹'
오사카·돗토리 등 한국인 급감…日 '외국인관광객 4천만명' 빨간불
日 아베 '지방창생' 과시 구상도 삐끗…중의원 선거 앞두고 큰 부담
가을 日 수학여행·인센티브여행 주목…갈등 장기화 시 한국도 피해
(벳푸·유후인[일본 오이타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이 국토교통성이나 관광청을 배제한 채 총리 관저와 경제산업성 차원에서 논의해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봐 한국 내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달 이후 일본이 잇따라 한국에 경제적 도발 조치를 단행한 뒤 한국 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대해 도쿄에 있는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분석이다.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멈출 줄 모른 채 커지고 있다.
14일 여행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의 단골 여행지인 규슈(九州)와 오사카(大阪), 돗토리(鳥取) 등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 관광국 관계자는 6~7월 오사카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의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돗토리현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이 줄자 관광업계 등을 돕기 위해 긴급 융자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현은 숙박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을 정도로 관광 산업을 한국 관광객에 크게 의존해 왔다.
12~14일 기자가 돌아본 규슈의 후쿠오카(福岡), 벳푸(別府), 유후인(湯布院) 등에는 한국인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규슈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가량을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수는 753만9천명으로 일본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3천119만2천명의 24.1%를 점했다. 이는 1위인 중국의 26.8%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내 놓은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천만명' 목표 달성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3천500만명으로 잡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 한국 관광객이 지금처럼 급감한다면 달성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권이 대대적으로 목표치를 내걸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를 지방 경기 활성화(지방 창생)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보복 조치가 촉발한 한국인 관광객 급감은 반대로 지방으로부터 아베 정권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의 집권 하반기로 가면서 정권의 레임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르면 오는 12월께 중의원 해산 카드를 던지고 총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한국인의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 계속된다면 지방 경기가 악화하면서 당장은 차분해 보이는 지방 민심이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정권의 구심력 저하가 가속하면서 정권 차원의 위기에 직면할 여지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인이 일본 여행으로 쓴 돈이 81.2% 감소하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가량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한일 관계 악화는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여행업계는 9월 중순 추석 이후 일본인 관광객 수에 주목하고 있다.
가을 여행 시즌은 일본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이나 회사의 인센티브 여행(사원 여행)이 많은 시즌인데, 한일 갈등 장기화에 따라 이런 단체 여행이 줄어든다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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