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미사일 폭발' 방사능 유출 확인…"방사능 16배 증가"(종합)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엔진 폭발…서방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크렘린궁 "첨단미사일 개발 다른 나라에 앞서"…사고 지역 주민 대피설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시험 중이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하면서 방사능 수준이 일시적으로 평소의 16배나 증가했었다고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상·환경 당국이 확인했다.
현지 타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지난 8일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사' 훈련장에서의 미사일 엔진 폭발로 당일 낮 12시께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기상환경감시청은 "8일 낮 12시(모스크바 시간/세베로드빈스크 시간과 동일)에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상황자동감시센터' 8곳 가운데 6곳에서 감마선 수준이 해당 지역 평균 수준보다 4~16배 높아진 것이 포착됐다"면서 "최고 수준이 시간당 0.45~1.78 마이크로 시버트(μSv)까지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의 방사능 수준 평균치는 시간당 0.11μSv로 알려졌다.
뒤이어 6개 센터에서의 방사능 수준이 낮 12시 30분에는 0.21~0.44μSv로 떨어졌고, 오후 1시에는 0.13~0.29μSv, 오후 2시 30분에는 0.13~0.16μSv으로 내려오면서 서서히 정상화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 같은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는 러시아 연방정부 기관이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에 따른 방사능 수준 증가를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세베로드빈스크시 민방위과가 사고 당일 "오전 11시 50분부터 12시 20분까지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2μSv까지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그린피스 지부도 아르한겔스크주 재난당국(비상사태부) 자료를 인용해 시간당 2μSv까지의 방사능 수준 증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직후 "대기 중으로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으며,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고 발표해 방사성 물질 유출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형 미사일 엔진 시험을 주관한 러시아 원자력 공사 '로스아톰'은 지난 10일 '동위원소 동력원'(isotope powersource)을 장착한 미사일 엔진 시험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로스아톰은 처음엔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엔진이 불길에 휩싸였고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로스아톰은 해상 플랫폼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사망자들은 모스크바 인근 니제고로드주 사로프시에 있는 '전(全)러시아 실험물리 연구소' 소속 직원들로 알려졌다.
현지 스푸트니크 통신은 '동위원소 동력원'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열전력 발전기'(thermoelectric generator)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장치는 자연적 방사능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 것으로 방사성 물질 연쇄 분열을 이용하는 일반 원자로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2일 러시아 세베로드빈스크 폭발 사고를 거론하며 "우리는 비슷하지만 더 진전된 기술이 있다"면서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로 사람들이 시설 주변과 그 이상 지역의 공기를 걱정하게 됐다.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사일) 시험을 진행한 기관(로스아톰)이 이미 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우리 기관이 내놓은 정보에 의존할 것을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은 여러 차례 이 분야(첨단 미사일 개발분야)에서의 러시아의 수준이 다른 국가들이 도달한 수준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한편 세베로드빈스크시 관리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군사당국의 계획된 (사고 수습) 작업 때문에 뇨녹사 지역 주민들이 14일부터 마을을 떠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고리 오를로프 아르한겔스크주 주지사는 "뇨녹사 마을 주민 소개에 관한 보도는 완전한 헛소리"라면서 "소개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유사한 상황에서 필요한 일반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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