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나폴리서 10대들이 아시아 이주노동자 집단 린치…1명 중상

입력 2019-08-13 18:56
伊 나폴리서 10대들이 아시아 이주노동자 집단 린치…1명 중상

방글라데시 남성 안면 함몰…경찰, 인종 증오 범죄 여부 수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 돌을 던지는 등 집단 린치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새벽 나폴리의 유명 관광지인 카스텔 델로보(Castel dell'Ovo) 인근 거리에서 발생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두 명은 거리에서 15∼16세 사이 청소년 10여명과 맞닥뜨렸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싸고선 곧장 소지품을 뺏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에 이주노동자들이 물건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일행 가운데 하나가 갑자기 큰 돌을 집어 들더니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야밤에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주변 사람들이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문제의 청소년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고 돌을 맞은 이주노동자는 큰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그는 얼굴이 함몰되고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얼굴 골격 재건을 위해 최소한 두 번의 신경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견까지 받았다.

그를 구하려던 다른 이주노동자도 10대 청소년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10대 아이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사건에 지역 사회도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분위기다. 경찰은 해당 청소년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뒤따라와 의도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인종 증오 범죄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힌 나폴리는 최근 들어 각종 강력 범죄가 빈발하며 이탈리아 내에서도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세네갈 출신의 한 20대 노점상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부상을 당한 일도 있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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