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당국, 러시아 신형 핵추진미사일 시험중 폭발 의심"

입력 2019-08-12 17:02
NYT "美당국, 러시아 신형 핵추진미사일 시험중 폭발 의심"

푸틴이 '지구 어디든 도달' 자부한 미사일…소형원자로 고장 또는 폭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러시아 북부 해군훈련장에서 발생한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가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중 일어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이번 사고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SSC-X-9 스카이폴'이라고 명명한 신형 순항미사일의 시제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미사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 신형 무기다. 소형원자로를 부분 동력원으로 활용해 재래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미사일보다 사정거리가 긴 까닭이다.

미국으로서는 알래스카주나 캘리포니아주에 설치된 현 방어시스템으로 이 미사일을 막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대체로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소형원자로가 이번 사고를 통해 고장났거나 폭발했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다.

아울러 미 정보당국은 이번 사고로 푸틴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요격할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장거리·해저 미사일을 만들려는 러시아가 잠시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것뿐인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와 현지 언론들은 지난 8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 뇨녹스크 지역 훈련장에서 미사일 액체 엔진 시험 도중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시험에 참여했던 5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방사능 수준이 정상이라고 발표했지만, 사고 직후 세베로드빈스크에서는 방사능 수준이 허용치의 3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방사능이 평상시의 200배까지 올라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망자들이 소속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산하 러시아원자력센터는 사고 이틀 후인 10일 밤늦게 공개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북부 백해(白海)에서 실험을 진행하던 중 소형원자로가 폭발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센터 관계자는 "핵분열성 물질을 활용한 소규모 에너지원"을 연구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30여년간 중단했던 핵 군비 경쟁이 재개되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일어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구 소련)와 1987년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이 조약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제한해 냉전을 해체한 역사적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이후에도 미·러 간의 핵개발 경쟁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INF뿐 아니라 양국 간의 또 다른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도 2021년 만료 후 갱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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