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전초전 좌파후보 완승…마크리 연임 빨간불(종합)
중도좌파 페르난데스, 두 자릿수 격차로 우세…4년 만에 좌파정권 회귀 가능성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영향력 입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예비선거에서 중도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상대로 예상 밖 완승을 거뒀다.
4년 전 포퓰리즘과 작별하고 친(親) 시장주의자 마크리 대통령을 당선시킨 아르헨티나가 더 깊어진 경제 위기에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외신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전선' 후보인 페르난데스는 개표 후반 47%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페르난데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다.
중도우파 연합 '변화를위해함께' 후보로 연임에 도전하는 마크리 현 대통령은 32%로, 15%포인트가량 뒤처져 있다.
이 같은 격차는 투표 직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훨씬 큰 폭이다.
예비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페르난데스가 40.2%, 마크리 대통령이 38.3%로,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 범위 이내였다.
이날 실시된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PASO)는 오는 10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중 1.5% 이상 득표한 후보만 추려내기 위한 절차다. 올해 10명의 후보 중 6명이 1.5% 이상을 얻어 예선을 통과했다.
주요 후보들 입장에서는 대선 본 게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초전이지만,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을 표심을 직접 확인해볼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투표는 주목을 받았다. 이날 투표율은 75%가량이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11월에 1, 2위 후보가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른다.
두 달 이상 남은 10월 대선이 예비선거 결과대로 펼쳐지면 결선 투표 없이 페르난데스 후보가 바로 당선되는 것이다.
중도좌파 후보가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면 아르헨티나는 4년 만에 다시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 교체를 이루게 된다.
또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2007∼2015년 집권했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부통령으로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를 지휘하게 된다.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진 지난 2015년 대선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은 12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기업가 출신의 마크리 대통령을 택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 정책에 대한 반발도 커지면서 현 정부는 점점 지지를 잃어갔다.
그러는 사이 정계에 복귀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과거 복지 포퓰리즘의 향수를 자극하며 다시 지지세를 결집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직접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자신 밑에서 총리를 지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러닝메이트로 나섰지만,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보다 훨씬 존재감이 컸다.
실제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당선돼 집권해도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포퓰리즘으로 대표됐던 4년 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로 회귀하는 셈이다.
연임에 빨간 불이 켜진 마크리 대통령은 이날 투표가 종료된 후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안 좋은 선거였다"며 "10월 대선에서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두 배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선 투표까지 갈 경우 마크리 대통령이 양자대결에선 더 우세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기 때문에 마크리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두 달 간 최대한 격차를 좁혀야 승산이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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