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도 '난민 문제'…희생제 제물 고기 분배 제외
소·양·염소 도축한 고기 이웃·소외층과 나누는 원칙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맞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소·양·염소를 제물로 도축하고 고기를 이웃이나 소외층과 나눴다.
희생제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희생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알라)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하나님이 이를 멈추게 하고 양을 대신 제물로 바치도록 허락했다는 코란 내용에서 유래한다.
제물로 도축한 고기의 3분의 1은 가축을 산 사람이나 가족이 갖고, 3분의 1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나머지 3분의 1은 이웃에 나누어주는 게 원칙이다.
희생제는 이슬람 신자의 의무인 '나눔'을 실천하면서 다 같이 즐거운 축제이지만, 난민들은 제외였다.
자카르타 서부 외곽 칼리데레스의 옛 지역군사령부(Kodim) 건물에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소말리아, 수단에서 온 망명 신청자 1천150여명이 산다.
이들은 당초 자카르타 중부 유엔난민기구가 인근 도로를 점거했다가 이 건물로 옮겨왔다. 난민촌 인근 이웃들은 난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난민촌은 희생제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CNN 인도네시아가 12일 보도했다.
축구를 하는 사람, 텐트에서 잠을 자는 사람,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만 가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망명 신청자 사자드는 "그저 먹고 마시고 잠을 잘 뿐, 활동할만한 게 없다"며 "올해도 우리는 희생제 제물 고기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며 "인도네시아에서 체류한 지 5년이 지났다"고 덧붙였다.
인근 이슬람사원 제물위원회 관계자는 "난민들에게 고기를 눠주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 나눠주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촌에 고기를 조금만 주면 소동이 벌어질 것이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난민들에게 빵과 우유 등을 나눠주는 담당자는 "강압적으로 구호품을 가져가는 난민이 많다"며 "이미 가져갔음에도 안 가져갔다고 우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니 언론에는 제물로 도축된 고기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기사, 제물로 쓰려던 염소가 탈출했다가 곰에게 잡아먹혔다는 기사, 소·양·염소 고기의 영양소를 비교한 기사와 요리법 등 희생제 관련 기사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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