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곳곳서 '치고 빠지기'식 시위…경찰 최루탄 발사(종합)
유모차·노년층 참여한 '가족집회'…공항시위는 이틀째 이어져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된 홍콩 시위가 10일(현지시가)에도 이어졌다.
이날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서 '치고 빠지기'식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FP,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도심에서는 경찰 당국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9일 이후 10주 연속 시위가 열렸다.
타이포에서 행진을 마친 시위대는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과 잠시 대치하다 충돌 없이 물러났으며, 소규모 그룹으로 쪼개져 도시 곳곳으로 흩어졌다.
시위대는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터널 입구를 비롯해 도로 곳곳을 막아 통행을 방해했다. 경찰을 향해 "(폭력조직인) 삼합회"라고 외치거나 미국 성조기를 흔드는 시위 참여자도 있었다.
경찰은 타이와이 지역의 통근기차역에서 약 1천명의 군중을 향해, 또 침사추이 지역 경찰서를 포위한 시위대를 향해 각각 최루탄을 발사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교통을 마비시키고 침사추이 경찰서 외곽에 방화를 시도하는 등 공공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폭력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콩 국제공항에서는 이용객들에게 송환법 철폐에 대해 알리는 '공항 시위'가 이틀째 계속됐다.
검은색 옷을 입은 수천명의 시위대는 입국장에 최근의 시위 영상을 보여주는 텔레비전을 설치했고,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인쇄물을 배포하고 관련 포스터를 만들었다.
또 자신들의 눈이나 입을 가리고 침묵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유모차에 탄 어린이와 노년층 등이 참여한 가족 단위 집회도 열렸다.
시위 참여자들은 이날 완차이에서 애드미럴티까지 2시간 동안 행진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자"면서 경찰에 공격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수백 명이 참여한 시위 현장에는 헬멧과 마스크 대신 유모차와 풍선이 등장했다고 SCMP는 전했다.
반면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300여명은 경찰서를 격려방문했고, '홍콩 푸젠 협회' 회원 200여명은 친정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은 11일 홍콩섬 동부와 쌈써이포 지역에서 예고된 집회를 불허했다.
집회가 허용된 빅토리아 공원에는 3천명 이상의 폭동진압 경찰이 동원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