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검찰, 아베 총리 연관 의혹 '모리토모' 스캔들 수사 종결
오사카지검, 검찰심사회 기소권고 10명 전원 불기소 확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가 연관된 비리 의혹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종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9일 오사카시 소재 사학재단인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한 의혹에 휘말려 배임 및 공문서 변조 혐의로 고발됐다가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과 재무성 직원 등 10명에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확정했다.
이로써 오사카지검은 이 스캔들과 관련해 누구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오사카지검은 작년 5월 사가와 전 장관 등 이 스캔들에 연루된 총 38명을 혐의 불충분 등을 들어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는 기구인 오사카 제1검찰심사회가 지난 3월 이들 중 10명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의결함에 따라 오사카지검은 재차 기소 여부를 검토해 왔다.
사가와 전 장관 등 6명은 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다른 4명은 배임 혐의를 받았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가까운 지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모리토모학원이 2016년 6월 쓰레기 철거 비용 등을 인정받아 감정평가액보다 8억엔가량 싸게 국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아사히신문이 2017년 2월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주무 부처인 재무성 이재국은 관련 공문서에서 아키에 여사 관련 기술 등 문제가 될 부분을 삭제토록 오사카 지방 관할 긴키(近畿)재무국에 지시하는 등 14건의 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아베 내각은 지지율이 하락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헐값매각 서류를 고치는 데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긴키재무국 직원(당시 54세)이 작년 3월 '상사로부터 문서를 고쳐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자살해 파문을 일으켰다.
자살한 이 직원은 최근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공무재해'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오사카 지검은 철거 비용으로 인정했던 액수가 부적정하다고 보기 어렵고 매각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국가에 손해를 끼칠 목적이 있었다고도 인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심사회 지적을 토대로 필요한 수사를 벌였지만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최종 불기소 결정으로 이번 사건은 '손타쿠'(촌탁·忖度)에 의한 실체 없는 스캔들로 묻히게 됐다.
헤아린다는 뜻인 촌(忖)과 탁(度)으로 이뤄진 일본어 단어 '손타쿠'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중을 살펴서 일 처리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실상 최고 권력을 쥔 아베 총리의 뜻을 읽고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인 것이 이번 사건의 전모라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2012년 2차 집권 이후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논란 외에 친구가 이사장인 학교법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과정 특혜 의혹 등으로 여러 차례 손타쿠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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