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金, 교착국면서 또 친서외교…실무협상 재개 돌파구될까
트럼프 "아주 긍정적 서한"…연합훈련 종료 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
"나도 워게임 마음에 들지 않아"…한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간접압박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 속에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던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의 재개가 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휴가에 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령은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이같이 공개하고 "아주 긍정적인 서한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합의했지만 이후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실무협상과 연동시키고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발사체까지 발사하는 가운데 현실화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며 크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넘겼지만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고리로 미국과 한국을 맹비난하며 거리를 둬 왔다.
이처럼 외견상 북미가 갈등을 겪는 시점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실무협상 재개에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최근에 북한 측과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correspondence)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친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미 관계가 교착 국면일 때 북미 정상이 친서라는 톱다운 방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온 전례가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무협상 재개를 둘러싼 교착 상태를 돌파해 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워게임(war game)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이후 네 차례 미사일 시험을 한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대응 차원이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주목적이거나 실무협상 재개 약속을 파기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들에게 "나도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
자신도 연합군사훈련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김 위원장의 인식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통해 김 위원장을 달래고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연습훈련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대에 동의했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화답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형성된 대립구도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이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재개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해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을 거듭 피력하며 "두어 주 안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도 군사훈련 종료 이후를 협상 재개의 시점으로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군사훈련에 대해 자신도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부분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도 (워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면 돈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미는 올해 방위비를 작년보다 8.2% 인상하는 선에서 어렵사리 합의했지만 적용기간을 과거의 3~5년이 아닌 1년으로 단축해 내년 방위비 분담액을 놓고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들(한국)은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할 것"이라며 한국을 압박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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