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불화수소가 사라졌다?
韓관세청·日재무성 통계 인용 의혹 제기…"분류코드 등 집계 방식 달라 비교 무의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한 이유는 불화수소를 북한으로 밀반출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방송에서 '일본이 경제제재를 한 이유', '불화수소 3년 치는 어디에', '불화수소 정말 북한으로 보냈나' 등의 제목으로 확산되고 있는 글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이들은 "올해 1∼5월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불화수소가 39.65t인데,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한 에칭가스 물량은 0.12t에 불과해 계산해보면 99.7%에 해당하는 39.53t이 사라졌다"며 우리 관세청과 일본 재무성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 정부가 39t이 넘는 불화수소의 행방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친북성향을 고려해 증발한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청과 일본 재무부 통계를 근거로 양국이 수출·수입한 불화수소량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각각 불화수소로 분류하는 품목분류코드(HS코드)자체가 다르다.
한국은 불화수소를 10단위 코드 '2811-11-1000'으로 분류하며 여기에는 반도체용 불화수소만 포함된다. 반면, 일본의 9단위 코드 '2811-11000'에는 반도체용을 포함해 다른 용도의 불화수소도 들어간다.
또한 수출입 통관을 계산할 때 무역 상대국으로 수입의 경우 '원산지', 수출의 경우 물건이 최종 도착하는 '목적지' 국가로 기재하는 게 원칙이다. 이는 한일 양국이 같다.
따라서 올해 1∼5월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했다가 되돌려보낸 불화수소 39.65t의 경우 우리 수출입 통관에는 최종 목적지 '일본'으로 수출한 것으로 기록됐으나, 일본에서는 이를 최초 원산지인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분류했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한국에서 수입됐다고 기록된 불화수소 0.12t은 애초부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저순도 불화수소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2010년 관세청 통계에는 우리가 일본에 불화수소 9t 남짓을 수출한 것으로 나오지만, 같은 기간 일본 재무성 통계에서는 그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불화수소 증발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당시 이명박 정부가 우리가 만든 불화수소를 일본에 수출한다고 해놓고 다른 나라로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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