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폭염 사망자, 정부 통계보다 최대 20배 더 많다"

입력 2019-08-10 07:00
[건강이 최고] "폭염 사망자, 정부 통계보다 최대 20배 더 많다"

서울의대 연구팀, 2006∼2017년 사망자 313만명 분석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보건당국 집계보다 실제로는 최대 20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건강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팀은 2006∼2017년 통계청에 등록된 전국 14세 이상 사망자 313만210명을 대상으로 기상 데이터와 사망 원인을 연결 지어 분석한 결과, 이 중 1천440명이 폭염(열파.heat wave)과 관련된 사망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기상학 분야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 중 여름철 기온이 1℃ 증가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이 1.5%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열사병에 의한 사망자 수를 17명으로 집계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20.1배 많은 343명이 폭염 때문에 숨진 것으로 연구팀은 집계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의학적으로 폭염에 기인하는 사망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해 분류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폭염노출 후 열 스트레스나 뇌졸중 등이 원인이 돼 숨진 경우는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뇌졸중 위험도를 높인다. 기온이 상승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수분이 소실돼 혈액순환에 더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지역에 따라 뇌졸중 사망자가 최저 2.3%에서 최대 5.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폭염은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의 연구논문을 보면,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이런 비율이 19.1%로,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노출돼 일사병과 열사병 등으로 쓰러지는 환자는 병원 내원 시점에서 온열질환 통계에 잡히지만, 폭염에 노출된 후 2∼3일이 지나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온열질환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병원 임상기록을 근거로 한 폭염 환자 및 사망자 통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노출됐다면 집에 돌아온 후 꼭 샤워를 하라고 당부한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차가운 물로 샤워하면 쇼크 우려가 있는 만큼 처음에는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온도를 낮추는 게 좋다. 하반신 이하만 10분 이상 찬물에 담그는 것도 권장한다. 이를 통해 낮 동안 쌓인 체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선풍기는 더운 바람이 나오더라도 틀지 않는 것보다 트는 게 온열질환 예방에 낫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나마 기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폭염에 노출돼 목마르다고 느낄 때는 이미 온열질환이 시작된 상태일 수 있는 만큼 갈증이 유발되기 전부터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윤철 교수는 "폭염에 따른 사망자 수를 전국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함으로써 실제로는 정부 추계보다 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여름철마다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및 개인 차원의 폭염 건강관리 전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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