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참사 이어 美 LA 인근서 무차별 칼부림…4명 사망·2명 부상(종합3보)

입력 2019-08-09 09:07
총격참사 이어 美 LA 인근서 무차별 칼부림…4명 사망·2명 부상(종합3보)

33세 히스패닉계, 오렌지카운티서 2시간동안 10여곳 옮겨다니며 강도·흉기난동

아파트·샌드위치 가게·편의점에서 주민·직원 4명 연쇄 살해

경찰 "증오·인종범죄는 아닌듯…용의자·피해자 모두 히스패닉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전역이 총격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미 서부에서 33세 갱 조직원이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벌여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미 CNN 방송과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은 전날 오후와 저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도시인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에서 벌어졌다.

자커리 카스터네이더(33)로 신원이 공개된 용의자가 이성을 잃고 주유소와 편의점, 보험회사 사무실 등 영업점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톰 다르 가든그로브 경찰서장은 "용의자가 폭력 범죄 전력이 있고 교도소에 복역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법원 기록에는 카스터네이더가 약 한 달 전 마약 소지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금 2만 달러(2천422만 원)를 내고 풀려난 것으로 나와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또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도 기소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갱단의 공공기물 파손 혐의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아파트에서 시작해 편의점에서 끝난 2시간 난동

경찰은 카스터네이더가 약 두 시간 동안 칼부림 난동을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칼부림 난동을 부리던 카스터네이더는 샌타애나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칼로 위협해 편의점 내 보안요원으로부터 총기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히스패닉계 남성으로만 파악했다.

미국 LA 인근서 무차별 칼부림…4명 사망·2명 부상 / 연합뉴스 (Yonhapnews)

흉기 폭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 특정한 아파트 주민이나 인근 영업점 직원을 겨냥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든그로브 경찰서 칼 휘트니 부서장은 "용의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분을 참지 못해 많은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용의자의 흉기 난동에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도 대부분 히스패닉계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카스터네이더는 가든그로브의 한 아파트에서 난동을 시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관들이 아파트에서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을 준비하고 있을 때 카스터네이더는 아파트에서 나와 20분 만에 인근 제과점으로 옮겨갔다고 CNN은 전했다.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차를 탄 그는 제과점에서 나와 다시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찾아가 주민 2명을 찔렀다. 흉기에 찔린 주민 두 명은 모두 사망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는 카스터네이더가 상점에 들른 고객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AP는 전했다.

그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아파트 주민을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편의점, 주유소 외에 제과점도 털었다.

제과점 주인은 현지 KCAL-TV에 "오후 4시 좀 넘어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와 주차하고 나서는 무기를 들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현찰을 갖고 달아났다"라고 말했다.



◇ 저녁에도 이어진 칼부림…오렌지카운티 북부 공포 휩싸여

카스터네이더는 이어 오후 6시 넘어 가든그로브에 있는 보험회사 사무실에 난입해 50대 여직원을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보험회사 직원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

보험사 직원은 용의자가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인 '마체테'(machete) 같은 흉기 2개를 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보험회사 여직원이 매우 용감했다. 용의자가 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맞섰다"라고 말했다.

또 다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같은 용의자가 흉기 난동을 계속 벌이고 있음을 확인한 뒤 인근 주차장에 위장요원을 보내기도 했다.

카스터네이더는 저녁 무렵에는 인근 셰브런 주유소로 옮겨가 주유소에 있던 한 남성을 이유 없이 공격했다. 주유소에서는 강도질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뒤에서 등을 흉기로 찔렸다.

휘트니 부서장은 CNN 방송에 "오렌지카운티에서 30년 복무했지만, 한 용의자가 하루에 흉기로 4명을 살해한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카스터네이더는 이어 인근 도시인 샌타애나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주차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될 당시 큰 칼과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에 있던 보안요원은 칼에 찔려 숨졌다.

편의점에 들르기에 앞서 인근 샌드위치 가게인 써브웨이에서 한 직원도 칼에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써브웨이에서도 카스터네이더는 강도질했고 직원은 사망했다.

휘트니 부서장은 "사건이 증오나 인종범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용의자가 히스패닉계이고 피해자들도 히스패닉계"라며 "단순히 현금을 빼앗으려 강도질을 한 건지, 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부린 건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는 LA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35마일(56㎞) 정도 떨어져 있다. 카스터네이더는 가든그로브 주민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주말 미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월마트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내 오리건지구에서 잇단 총격으로 3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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