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작물과 물로 만든 '방사능 프리' 보드카 나왔다

입력 2019-08-08 19:15
체르노빌작물과 물로 만든 '방사능 프리' 보드카 나왔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짐 스미스 교수는 다른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Chernobyl exclusion zone)에서 원전 사고 이후의 변화를 추적해왔다.

그러던 중 체르노빌 생태계가 회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술을 제조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체르노빌 스피리트 회사'(Chernobyl Spirit Company)를 세우고 이 지역에서 호밀을 심었다.

작물을 수확한 뒤 체르노빌 체수층의 물을 이용해 보드카를 제조했다.

이것이 '아토믹' 보드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아토믹' 보드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소비자용 제품이다.

아직 한병을 제조하는 데 그쳤지만, 회사는 올해 500병을 생산한 뒤 이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사고 이후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과연 안전할까?

스미스 교수는 "이 보드카는 오히려 다른 일반 보드카보다 방사성 물질이 적다"고 말했다.

보드카 원료인 호밀의 경우 여전히 방사성 물질에 조금 오염된 상태이지만 증류 과정에서 이를 포함한 불순물이 모두 걸러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스미스 교수는 사우샘프턴에 있는 방사능 관련 연구소에서 측정한 결과 아무런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우크라이나 수문기상학 연구소의 과학자인 켄나디 랍데프 박사는 "우리는 그저 이 땅을 버려둘 수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사능과 완전히 관련 없는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교수는 이번 보드카 생산이 출입금지구역 주변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재 체르노빌 지역 대부분의 방사성 수준은 자연 방사선 수준이 높은 전 세계 다른 일부 지역에 비해서도 낮다는 것이 스미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음식과 좋은 보건 서비스, 일자리, 투자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30년이 지난 현재 방사성이 아니라 경제적 발전이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최악의 참사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9천명이 숨졌다. 하지만 벨라루스 연구자들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 숨진 사람들을 포함하면 재난 사망자가 11만5천명 정도라고 평가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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