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비밀주의…스위스 UBS, 伊 세금회피 자료 요청 응할까

입력 2019-08-08 17:29
뿌리깊은 비밀주의…스위스 UBS, 伊 세금회피 자료 요청 응할까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전 세계 부유층의 '비밀 금고' 역할을 해왔던 스위스 UBS 은행 앞에 고객 정보 요청이라는 난관이 또 찾아왔다.

7일(현지시간) 스위스 현지 매체인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전날 연방 관보에 이탈리아가 지난해 12월 6일 세금 회피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한 사실을 게재했다.

2015년 2월부터 2016년 말까지 UBS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자료를 스위스 조세 당국에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외국 세무 당국의 계좌 정보 요청이 처음은 아니지만, 스위스 은행권의 뿌리 깊은 비밀주의 관습에 이 같은 요청이 있을 때마다 갈등이 벌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이후 계좌 조사 문제로 미국과 겪은 분쟁이다.

미국은 스위스 은행이 수십억 달러의 미국인 자산을 숨기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지난 2009년 UBS 은행에 대해 세금 회피 등에 관여한 혐의로 7억8천만 달러의 과징금을 매겼다.

프랑스 법원은 올해 2월 탈세 수익금을 불법 세탁한 혐의 등으로 UBS 은행에 대해 45억 유로(당시 기준 약 5조7천억원)에 달하는 벌금과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는 프랑스 사법 역사상 돈세탁이나 탈세로 부과된 벌금 중 최고 액수였다.

그러나 스위스인포는 UBS 은행이 이번 이탈리아의 요청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프랑스의 요청에 스위스 연방 법원이 지난달 UBS 은행은 4만여 명의 고객 정보를 파리 조세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판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UBS 은행 역시 스위스의 뉴스 통신사인 '키스톤-SDA'에 보낸 성명에서 유럽 국가들의 납세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탈리아가 자료를 요청한 기간이 스위스와 유럽연합(EU)이 과세 자료에 대한 자동 교환 협정을 맺기 전이어서 UBS 은행의 자료 제출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고 스위스인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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