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상실 치료 가능성 열렸다"
미 존스홉킨스대, 달팽이관 유모세포 발달 메커니즘 규명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은 내이(內耳)의 달팽이관을 통해 소리의 진동이 전달돼야 들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게 달팽이관의 코르티 기관에 존재하는 유모세포(hair cell)다.
음향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유모세포는 외측·내측 두 종으로 나뉘는데, 외측 모세포(1만2천~2만 개)가 내측 모세포(4천500개)보다 훨씬 많다. 각 유모세포에는 진동을 감지하는 머리카락 모양의 부동섬모가 10~300개 있다.
청력 상실은 유모세포의 손상이나, 뇌와 유모세포를 연결하는 청각 신경의 손상으로 생긴다. 하지만 주원인을 꼽으라면 단연 유모세포의 손상이다.
특히 유전적 청력 상실은 약 90%가 유모세포 손상에서 기인한다. 큰 소음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후천적 요인으로 청력을 잃는 것도 유모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류나 다른 포유류 동물과 달리 인간은 유모세포의 재생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유모세포가 손상되면 영원히 듣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포유류의 내이에 유모세포가 생기는 메커니즘과 이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한 쌍의 단백질을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 들이 발견했다. 이 발견은 듣지 못하는 환자의 청력을 복원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앙겔리카 되츨호퍼 신경과학 부교수팀은 관련 보고서를 저널 'eLife'에 발표했다. 대학 측은 6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에 연구 개요를 공개했다.
되츨호퍼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유모세포의 형성을 촉발하는 분자 신호를 찾는 데 매달려 왔다"면서 "손상 시 청력을 잃게 되는 유모세포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면, 손상된 유모세포를 대체하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모세포의 발달이 달팽이관의 가장 바깥쪽 부위에서 시작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부터 전구세포는 달팽이관의 나선 구조를 따라 유모세포로 변하며 가장 안쪽에 이르면 변형을 중지한다.
연구팀은 여러 종의 단백질을 검사하다가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두 종류의 단백질을 발견했다. 바로 액티빈 A(Activin A)와 액티빈 결합 단백질인 폴리스타틴(follistatin)이다.
액티빈 A의 수위는, 달팽이관의 나선 구조를 따라 전구세포가 유모세포로 변하는 부위에서 높아졌다. 반대로 폴리스타틴 수위는, 전구세포의 유모세포 변형이 시작되는 달팽이관의 가장 바깥쪽 부위에서 낮고 가장 안쪽에서 높았다.
되츨호퍼 교수는 "액티빈 A와 폴리스타틴이 서로 반대로 작용하며 세포를 제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내이에선) 달팽이관 나선 구조를 따라 유모세포가 질서 있게 형성되도록 제어하기 위해, 두 단백질이 전구세포에 대해 균형 조절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정상인 생쥐의 달팽이관에서 액티븐 A의 수위를 높였더니 전구세포가 너무 이르게 유모세포로 변해, 나선 구조 전체에 유모세포가 너무 빨리 나타났다.
그러나 너무 많은 폴리스타틴을 생성하거나, 액티빈 A를 전혀 생성하지 않게 조작한 생쥐에선, 형성 시기를 놓친 유모세포가 원래 들어서야 할 열(列)을 벗어나 혼란스럽게 흩어졌다.
또한 폴리스타틴 수위가 과도히 올라가면 전구세포의 분열 횟수가 늘어나고, 더 많은 전구세포가 질서 없이 내측 모세포로 변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되츨호퍼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유모세포의 발달 과정은 흥미로운 주제"라면서 "나아가 청력 상실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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