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탓에 상어 개체수 줄고 몸집도 작아져
포악한 먹이활동에도 해양 생태계 유지 첨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의 포식자' 상어는 가끔 사람까지 공격하며 포악한 먹이활동을 하지만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균형추 구실을 한다.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상어들이 인간 때문에 개체수도 줄고, 몸집도 작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동물학회(ZSL)에 따르면 ZSL 동물연구소의 톰 레테시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양의 상어 생태계를 분석해 얻은 결론을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의 오픈 액세스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바이올로지'를 통해 발표했다.
인구 1만명 이상 도시와 어시장, 상업 어로 수역에 가까운 곳에서 상어의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몸집도 작아졌다는 것이 골자다.
상어를 비롯한 해양 포식자들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거리는 도시나 어로활동 구역에서 1천250㎞로 늘어났다. 이 수역을 벗어나야 '야생' 상태가 돼 상어 개체수가 늘고 몸집도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야생 바다는 13%에 불과하다.
야생성 유지 거리는 이전 연구에서 제시됐던 것보다 훨씬 더 길어졌는데 이는 상업 어선의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인도양과 태평양 등의 1천41곳에서 촬영된 영상을 통해 상어 19종 841마리의 몸 길이를 재고 개체수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상어를 비롯한 해양동물은 미끼를 담은 깡통에 카메라를 부착해 이를 치고 갈 때 녹화해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총 109종 2만3천200마리의 해양동물이 녹화됐다.
연구팀은 또 수면 온도가 상어의 평균 몸 크기에 강한 영향을 끼치며, 28도 이상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열대 수역에 작은 종(種)이 더 많이 서식하는 일반적인 생물지리적 양상과 일치하는 것이기는 하나 지구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레테시어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간의 활동이 다른 생태적 요소를 압도하며 상어의 분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대형 해양 포식자들이 인간 가까이에서는 번성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인간에 의한 과도한 바다 개발이 가져온 충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해양 포식자, 특히 상어가 먹잇감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병들고 부상한 동물을 제거해 무리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등 해양생태계에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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