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中 환율조작국 지정,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는 영향없다

입력 2019-08-06 11:36
[연합시론] 中 환율조작국 지정,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는 영향없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국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에 휩싸였다. 한일 경제전쟁, 북한의 발사체 발사 등 여러 악재로 금융시장이 취약한 모습을 보인 와중에 또 대형 악재가 겹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맺은 휴전은 한달여만에 폐기되고 다시 불꽃이 튀었다. 외부에서 터진 악재여서 우리가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금융당국도 세심한 대처가 요구된다.

미·중 무역전쟁은 서로 무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 앞으로 득이 되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본질이다. 지금까지는 관세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고 반박하는 양상이었지만 앞으로는 통화가치로 영역이 확대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환율과 지나친 무역흑자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1년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 구체적 제재가 가능하다. 미국이 이런 강수를 둔 것은 위안화 환율이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달러당 7위안을 넘었기 때문이다. '포치'(破七)로 불리는 이 환율은 11년 3개월 만에 다시 나타났다. 이 벽이 깨진 것은 중국 당국의 환율조작 때문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전날 기록적인 급락세를 보였던 우리 주식시장은 약세로 시작했지만 심하진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에 1,900대가 깨졌다가 소폭 회복해 1,920선에서 공방을 벌였다. 전날 장중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 정지)까지 발동되며 7.46%나 폭락한 코스닥 시장은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공포감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해 강공에 나선 미국 증시도 심하게 흔들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90% 급락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2.98%, 나스닥종합지수는 3.47% 각각 떨어졌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은 미국 투자자들 역시 이 무역전쟁을 매우 불안하게 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이나 일본 등 금융시장이 모두 약세로 출발하는 등 무역전쟁 여파가 각국으로 확산하는 추세여서 우려된다. 특히 이번 글로벌 분쟁은 경제규모 1~3위인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심히 부담스럽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에서뿐 아니라 세계 패권을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주변국들에 줄세우기 압박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웃 국가인 우리나라에 자유무역 원칙에 반하는 보복 조치를 감행하고 있다. 오랜 기간 형성돼온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을 희구하는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과거 여러 차례의 사례에서 보듯, 시장 불안은 요인이 사라지면 잠잠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측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리스크가 크지 않다. 시장 불안이 불필요한 공포로 확산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의 펀더멘털까지 위협하는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물론 당국은 낙관하지 말고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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