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간 미국서 총기난사로 숨진 사람 1200명 육박"
WP, 1966년 텍사스대 총격 이후 역대 사건들 분석…총기난사범은 169명
8개월 아기부터 98세 노인까지 희생…총격범 과반, 사건현장·인근서 사망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지난 주말 2건의 총기난사로 모두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미국에서 총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숫자들이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부터 웹사이트에 공개한 '총기난사 때마다 늘어나는 끔찍한 숫자'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통해 지난 53년 동안 169명의 총격범이 다수의 시민을 향해 가한 무차별 총격으로 총 1천19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집계는 1966년 8월 1일 텍사스대 전망대에서 해병대 저격수 출신 학생 찰스 휘트먼이 행인 등을 마구잡이로 쏜 사건 이후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들을 분석한 것이다.
4명 이상이 숨진 사건들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고, 폭력조직의 분쟁이나 강도 사건과 관련된 총격 또는 개인 가정에서 벌어진 총격 등은 제외했다.
역대 총기난사 사망자는 생후 8개월 된 아기부터 98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있으며, 이 가운데 190명이 어린이나 10대 청소년이었다.
심지어 임신 중인 모친 배 속에 있던 태아가 희생된 경우도 있었다.
총격 후 며칠 지나서 숨진 경우는 물론 총격으로 인한 부상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숨진 사례도 사망자 수에 포함했다.
사망자 수 기준으로 최악의 사건은 2017년 10월 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루트 91 하베스트 공연장에서 발생한 총격이었다.
스티븐 패덕이 인근 호텔에서 청중을 향해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59명이 목숨을 잃었고 851명이 다쳤다.
2016년 6월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성(性) 소수자(LGBT)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경비회사 직원 오마르 마틴이 일으킨 총격은 59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특수기동대(SWAT)와의 총격전으로 숨진 총격범 마틴을 포함하면 60명이 사망했다.
53년간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총격범은 모두 169명이었다.
이 가운데 95명은 총격 현장 또는 인근에서 사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을 포함한 숫자다.
총격범은 20대∼40대가 많았고 11세 또는 13세의 어린 총격범도 있었다.
총격범은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었다.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거나 범죄 이력이 있는 이들도 있었고, 총격 사건을 일으키기 전까지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중 총격을 일으킨 이들이 소지한 총기는 모두 316정이었다.
178정은 합법적으로 입수한 총기였고, 불법 입수한 총기는 59정이었다. 나머지 79정의 입수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자동 소총과 권총 등 여러 총기가 범행에 동원됐다.
공격용 무기로 규정된 특정 반자동 총기를 민간용으로 제조하지 못하게 제한한 '공격용 무기 금지법'(AWB)의 유효기한(10년)이 2004년 만료한 후 군용 총기인 M16을 쓰기 편하게 개량한 AR-15와 같은 총이 범행에 다수 사용됐다.
사건 발생 장소는 흔히 생각하는 학교나 종교시설 외에도 다양했다.
사무실, 상점, 식당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설이 참극의 현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발생 장소로는 캘리포니아주가 25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파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86년 8월 20일 미국 연방우체국(USPS) 소속 우편 배달원 패트릭 셰릴이 직장 동료 14명을 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비롯해 우편 업무 종사자에 의한 일련의 총격 사건이 벌어진 후 '고잉 포스탈'(Going postal)이란 말이 '자제력을 상실할 만큼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속어로 사용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대량 총격은 1966년 텍사스대 총격 사건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누구든지 어디서나, 심지어 화창한 날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던 중에도 낯선 사람에 의해 무작위로 살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미국 사회에 심은 사건이라고 WP는 의미를 부여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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