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자체, 韓관광객 줄까 노심초사…韓항공사에 노선유지 '읍소'

입력 2019-08-06 07:01
日지자체, 韓관광객 줄까 노심초사…韓항공사에 노선유지 '읍소'

'보이콧 재팬' 확산에 日중소도시 간부 파견해 협력사업 제안도

日노선 예약률 최대 50%p↓…국적사 "日노선 감편·대체노선 발굴 주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반발로 국내에서 일본 여행거부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을 찾아 한일 항공 노선 유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여행객 급감으로 지역경제에 타격이 우려되자 일본 지자체들은 노선 유지 요청과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공급과잉이던 일본 노선이 여객수요마저 바닥을 칠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일본 노선 감축 운항은 물론 노선 철수 카드까지도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 日지자체, 韓 LCC 찾아 "노선 유지" 요청…"日 승객 늘리자" 제안도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한 7월 이후 복수의 일본 지자체가 한국에 대표단을 보내 국내 항공사 임원 등과 접촉하고 돌아갔다.

일본 지자체 관계자가 노선 유치 세일즈를 위해 한국 항공사와 접촉하는 것은 낯선 일은 아니다.

다만, 한일 관계가 급랭한 7월 이후 세일즈 미팅 분위기는 이전과 같지 않다.

실장급 고위 간부 등으로 꾸려진 일본 지자체 대표단은 일본 노선에 다수 취항 중인 한국의 저비용항공사(LCC)를 주로 만나 협력을 제안했다.

에어서울에는 지난달 최소 3곳의 일본 지자체 관계자가 각각 시차를 달리해 방문했다.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 돗토리(鳥取)현 요나고(米子)시, 도야마(富山)현 등 에어서울의 취항지인 이들 지자체 간부들은 먼저 에어서울의 취항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요청했다.

에어서울은 전체 노선의 60% 이상이 일본 노선이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 노선에서 발생한다. 국내 항공가 가운데 일본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에어서울은 일본 중소도시를 발굴해 취항하는 전략을 채택, 한국인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이국적인 새 여행지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에어서울의 이런 전략으로 해당 일본 중소도시들도 한국 관광객이 다수 유입되면서 숙박·요식업 등 매출 증가에 힘입어 지역경제에 주름이 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항공·숙박 등 예약률이 급감하자 이에 놀란 일본 지자체들이 서울을 찾아 항공사와 여행사와 미팅을 갖고 현재 한국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며 "자기 지역 항공편 운항이 중단될까 노심초사하고 있고 나름의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2개 일본 노선을 개설해 현재 19개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에도 최근까지 일본 지자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089590] 관계자는 "한일 정부 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일본 지자체에서 찾아와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미 취항 중인 지자체들은 노선 유지와 증편을, 미취항 도시에서는 신규 취항을 요청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에도 7월 이후 복수의 일본 지자체 관계자가 서울로 찾아와 협력을 요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일본 노선 매출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별로 다 돌면서 만난 것 같다. 한일 관계가 어수선한데 현재 한국의 국내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소에도 일본 지자체와 종종 왕래가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091810]과 에어부산[298690], 진에어[272450] 등 다른 LCC에도 일본 지자체 접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 승객이 줄면 일본 현지 출발 여객을 늘릴 수 있도록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일본인 대상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는 등 노선 지키기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 日노선 예약률 '뚝'…국적사, 日노선 감편·대체노선 발굴 분주

일본 지자체가 한국 관광객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 분위기는 싸늘하다.

당장 일본 노선 탑승률과 예약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 일본 여객 수요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익률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집계 기준으로 에어서울의 8월 예약률은 45%, 9월 예약률은 25%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보다 각각 30%포인트, 20%포인트씩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기준 제주항공의 7월 탑승률은 지난해 80% 후반에서 올해 80% 초반으로 감소했고, 예약률은 8월의 경우 80%에서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스타항공도 7월 탑승률이 전년보다 5∼10%포인트 빠진 70∼80%대로 나타났고, 9월 이후 예약률은 전년보다 30∼50% 정도나 급락한 상태다.

티웨이항공 역시 예약률이 급감했다.

지난달 말 집계 기준으로 8월 평균 예약률은 71%로 작년보다 8%포인트, 9월 예약률은 45%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빠졌다.

18개 일본 노선을 운영 중인 티웨이항공은 일본 노선 매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다른 LCC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대형항공사(FSC)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LCC 관계자는 "원래 일본 노선은 출발이 임박한 시점에도 예매가 많이 이뤄지곤 하지만, 작년과 비교해 예약률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눈에 띄는 일이다. 여기에 앞으로 예약률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려워 국내 항공사들도 고민에 빠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일본 노선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달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9월부터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 정기편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도 다음달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멈춘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달부터 인천∼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290여명이 타는 A330에서 B767(250석)과 A321(174석) 등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공급석을 줄인다.

대한항공[003490] 역시 이르면 이달 인천∼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항 축소에 나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이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일본 방문객은 지금보다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상용 수요가 없고 관광이 전부인 일본 지방 노선에 대한 운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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