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며느리 사건 대리' 中 인권변호사, 미국 도피

입력 2019-08-05 17:12
'저우융캉 며느리 사건 대리' 中 인권변호사, 미국 도피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의 한 인권변호사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며느리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홍콩매체 명보는 5일 천젠강(陳建剛) 변호사와 그의 아내, 아들 2명 등 일가족이 비영리 인권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빠져나왔고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천 변호사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약 250명의 인권운동가를 잡아들인 '709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던 베이징(北京)의 인권 변호사다.

천 변호사 가족이 무사히 미국에 도착한 후, 저우융캉의 맏며느리로 천 변호사에게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 변호를 의뢰했던 황완(黃婉)은 트위터를 통해 그가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황완은 앞서 직무상 불법점유 등의 죄목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 6월 6일 법원으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다는 통보를 받고 출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명보는 저우융캉과 그의 장남 저우빈(周濱) 관련 사건이 터진 후 그들 가족 명의 회사가 토지 임대차 계약에 따른 임대료를 제때 지불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황완이 제3 피고인으로 고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완은 6월 중순에 천 변호사에게 의뢰해 적극 소송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베이징시 왕(王)모 사법국 부국장이 지난달 5일 천 변호사를 찾아가 이 사건의 변호를 포기하도록 요구했다고 황완은 주장했다.

왕 부국장은 "중앙은 저우융캉의 악영향을 단호히 숙청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 레드라인'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완이 출국 금지된 것은 그녀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천 변호사가 계속 사건을 맡는다면 '실종'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천 변호사는 미국 도착 후 트위터를 통해 "정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법치를 지킨 것만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적나라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면서 "실종과 고문, 나아가 생명의 위협까지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날이 독재적으로 변해가는 중국 밖에서 일하고 싸울 기회를 찾기 위해서 힘든 자유의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시민권자인 황완은 자신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이를 주중국 미국대사관과 미국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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