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日의존도 높은 배터리·화학 '단기충격' 불가피

입력 2019-08-04 07:11
수정 2019-08-04 13:07
[한일 경제전쟁] 日의존도 높은 배터리·화학 '단기충격' 불가피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대체품 발굴 쉽지 않아…국산화율 제고 총력

거래처 많지 않은 中企 타격 더 클 듯…"중장기 영향은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최재서 기자 =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일본이 반도체 다음 타깃을 자동차용 배터리나 화학제품을 겨냥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일부 소재는 처음 규제했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일본의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거나 국산화율을 높이는 등 나름의 대비를 해와 중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2차 조치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가 대표적으로 전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율촌화학이, 중국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파우치를 제조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용은 일본제품을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형 배터리 3사가 파우치 국산화 방안의 하나로 율촌화학[008730]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SK이노베이션[096770]은 "국내 소싱(구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바인더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품질 제품의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런 품목이 수출통제 대상이 되면 영향이 불가피해진다"며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대체품을 찾지 못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 통제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면서 "일본의 소재 공급 업체들도 한국 의존도가 80%가 넘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일본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3사는 오는 29일 한국이 백색국가 제외가 시행될 것에 대비해 소재 내재화율(국산화율)을 높이거나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051910] 관계자는 "수출제한 품목이 늘어날 경우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제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이다.

LG화학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부지 6만여㎡에 5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이차전지 양극재 6만t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라인을 조기 시험 가동하며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나리오별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006400]는 지속해서 소재 이원화 전략을 취해왔으며 일본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는 기초소재 및 스페셜티 케미컬(기능성 화학제품)을 생산할 때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5억4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98.4%에 달한다.

정부도 백색국가 제외로 가장 영향받을 업종 중 하나로 화학을 지목했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857개 품목 중 159개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 화학제품이 40여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는 일본산 제품의 수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통관이 까다로워지면 당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1차 타깃이었던 반도체 소재와 같은 사태가 재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처럼 일본에서만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대체수입처 발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일본 수출이 계속 어려워질 경우 중동, 미국, 중국 등에서 제품을 수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기업이 일본 기업과 합작·협력 관계에 있어 일본이 화학업계를 주요 타깃으로 삼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석유·화학 소재·원료 중에 대일본 수입액이 1천만 달러를 넘고 전체 수입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웃도는 품목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톨루엔이나 자일렌 등 일부 원료의 경우 수입물량 중 한일 합작 회사에 투입되는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수출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해 조달도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화학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수품목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어렵지 않게 대체할 수 있다"며 다만 "우회적인 조달 등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차질이 있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계속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요 화학제품의 원료는 국산화율이 높은 편이어서 전체 수입량에서 일본산의 비율은 높을지 몰라도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중소업체의 경우 일본 기업 한두곳하고만 제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도 업체별로 받는 충격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는 일부 일본산 촉매제를 쓰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항목이어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파악했다.

eun@yna.co.kr,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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