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어린이 연쇄 사망으로 중단한 백신 재사용 논란
뎅기열 급증으로 사망자 속출하자 '뎅그박시아' 재사용 검토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에서 부작용으로 어린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접종을 중단했던 뎅기열 예방백신을 다시 사용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전날 "정부는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를 다시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뎅기열 발병을 줄일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넬로 대변인은 "그러나 뎅그박시아 사용 재개 결정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해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 30억 페소(약 631억원)를 들여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사의 뎅그박시아를 구매한 뒤 2017년 12월 사노피 측이 "뎅기열 감염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뎅그박시아를 투약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발표할 때까지 어린이 83만여 명에게 접종했다.
이 과정에서 70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후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다른 백신 접종률까지 크게 떨어졌다.
이런 이유 등으로 올해 들어 지난달 13일까지 13만여 명이 뎅기열에 걸려 작년 같은 기간 6만7천여 명의 배에 달했다.
사망자도 지난해 367명에서 올해 561명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일부 의사단체와 변호사가 뎅기열에 걸린 경험이 있는 어린이에게라도 뎅그박시아 접종을 다시 허용하자고 제안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비센테 소토 상원의장은 "뎅그박시아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뎅그박시아 사용 권고가 있을 때까지 어떠한 결정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처드 고든 상원의원도 "뎅그박시아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잘못된 쪽으로 향하는 비극적인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뎅기열은 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주요 증상은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은 20%에 이른다.
뎅기열은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 건강 10대 위험'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최근 크게 유행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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