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美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하면 국제안보 혼돈"

입력 2019-08-02 15:21
고르비 "美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하면 국제안보 혼돈"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공식 폐기를 예고한 가운데, 조약 체결 당사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미국이 INF 폐기를 예고한 2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조약 탈퇴 결정은 국제 안보를 혼돈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NF 폐기는 국제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안보를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987년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과 사거리 500∼5천500km 사이의 중거리 핵미사일의 개발, 배치를 금지한다는 이 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이 조약은 미·소 군비 경쟁을 끝내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조약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인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해 배치함으로써 INF 조약을 위반했다며, 8월 2일을 INF 조약 탈퇴 예정일로 통보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500km 미만이어서 INF 조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미국이 조약을 탈퇴하면 똑같이 맞불을 놓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고르바초프는 미국이 조약 폐기 기조를 바꿀 줄 알았다면서 "파트너들에게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었는데 현실화하지 못했다. 전략 안보에 충격이 미친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INF 조약과 함께 미·러 핵통제 질서를 지탱했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운명도 최근 불투명해지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1년 만료되는 이 협정의 갱신에 최근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고르바초프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런 견해 때문에 모두의 운명이 불확실해지고 글로벌 전략 안보가 불확실해졌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글로벌 전략 안보의 마지막 기둥을 지켜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