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각계 확산…금융인·공무원도 참여
경찰, 집회는 허용하고 행진 금지하는 전략으로 시위대 압박
유권자 등록 급증…"11월 구의회선거 때 친중파 심판 투표시 파문"
中본토서도 홍콩시위 지지…'홍콩 독립' 주장 단체 창립자 체포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천명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각계각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금융인 4천300여 명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송환법 철폐를 요구했다.
홍콩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홍콩을 되찾자", "시대 혁명", "홍콩 총파업" 등의 구호를 외쳤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씨티, JP모건, 시틱은행 등 34개 금융기관 종사자 400여 명은 5일 총파업에 동참하자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들 금융인을 비롯해 공무원, 교사, 항공 승무원, 예술가 등 각계 종사자들은 5일 총파업을 벌이고 애드머럴티, 몽콕, 사틴, 췬완, 타이포, 웡다이신, 튄문 등 홍콩 전역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홍콩 공무원 2천여 명은 이날 저녁 7시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정부가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무화한 홍콩에서 이러한 집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홍콩 정부는 전날 18만 공무원들에게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적 중립의 원칙에 요구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홍콩 행정장관에게 충성하지 않는 이러한 행동을 할 경우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에 홍콩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들도 홍콩 시민의 일원으로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있다며 집회 강행 의사를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말인 3일에는 몽콩 지역에서, 4일에는 홍콩섬 서부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예고됐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충돌이 우려된다.
경찰은 시위대가 운동장 등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허가했지만, 공공 안전을 이유로 가두행진을 하는 것은 불허해 이것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억압하려는 새로운 전략으로 굳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도심 시위에서도 경찰은 차터가든 공원에서의 집회만 허용하고 가두행진을 불허했으며, 이를 무시하고 행진을 강행한 시위대 44명을 '폭동죄'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4일에는 정관오 지역에서의 송환법 반대 시위도 예고됐으며, 친중파 진영은 3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경찰 지지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올해 유권자로 등록한 홍콩 시민이 급증해 송환법 철폐를 거부하는 정부와 친중파 진영을 심판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서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전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유권자로 신규 등록한 사람의 수가 38만6천여 명에 달해 전체 유권자 수가 처음으로 400만 명을 넘어 412만 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신규 유권자 규모는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의 경우 유권자 순증 폭은 1만 명에도 못 미쳤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 수가 지난해보다 12% 급증해 송환법 반대 시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시립대학 청초융 교수는 "신규 등록 유권자들은 정부의 송환법 처리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 등에서 이들이 보수적 후보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중국 본토인들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10여 개의 신분증 및 여권 사진과 함께 "홍콩인의 결의에 감동했다. 힘내라. 지금의 노력이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 등의 글을 올렸다.
한편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을 비롯한 8명이 전날 사틴 지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을 무허가 폭발물과 공격용 무기를 소지한 혐의 등으로 체포했지만, 이들의 체포에 분노한 시민 100여 명은 사틴 경찰서 앞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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