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토론 흠집 내기 치중, 후유증 우려"

입력 2019-08-02 10:34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 흠집 내기 치중, 후유증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여명의 후보가 난립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이 1, 2차를 지나면서 과도한 '내부' 비방전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유력 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상대적으로 자신을 부각하려는 전략이 팽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오히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실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한 무차별적인 비방전으로 후보가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본선에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본선 후보가 입은 상처가 본선 결과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차 대선후보 토론이 큰 상처를 남겨 당을 해치고 후보 개인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전했다.

또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후보들이 사소한 정책 이견을 이유로 후보 서로 간의 공격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데 실망하고 있다고 더힐은 덧붙였다.

이러한 내부 이전투구가 건강보험을 비롯한 주요 이슈에 대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간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할 선거전 주목표가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우리(민주당)는 항상 이념(정책)을 중시해왔으며 모두가 이를 유념했으면 한다"면서 특히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점증하고 있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러한 비방전이 자칫 당내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네거티브' 토론의 책임을 상당 부분 토론사회자들에 돌리면서 '사소한 이견에 계속 초점을 맞춘' 토론방식이 TV에는 좋을지 모르나 국민들에게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도 토론 발언의 '수위'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건강보험을 둘러싼 '내부 투쟁'을 거론했다.

그는 "우리가 후보들 간의 사소한 차이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건강보험 혜택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정책을 간과하게 된다"면서 "이는 우리가 빠져서는 안 될 함정"이라고 경고했다.

2차 토론 첫날인 30일에 비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출연한 31일 토론이 정책보다 개인적 이슈에 집중됐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90년대 자신이 지지한 형사 범죄법안과 1981년 언론 기고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또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저격수'로 역할을 해온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안)은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하와이)으로부터 자신의 검사 경력에 대해 공격을 받았다. 개버드 의원은 해리스 의원의 바이든 공격이 '감정적'이라고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둔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상당수가 전·현직 상원의원이라는 점에서 경선전을 바라보는 상원의원들의 관심이 예민한 상황이다.

당내 중도파로 알려진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것이 아닌, 마치 상대방을 파멸시키려는 듯한 공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시나리오 전체가 좋지 않은 끔찍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후보 경선을 위한 첫 아이오와주 투표가 아직 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후보들이 주 무기를 빼들어 장기간의 비방 소모전이 우려되고 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투표 일정이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이처럼 공격이 본격화하기는 이례적"이라면서 한편으로 종종 선거전 막바지에 상대에 대한 공격 이슈가 바뀌는 점에 주목했다.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워싱턴)은 후보들이 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토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일리노이)는 건강보험을 둘러싼 내부 투쟁이 '트럼프와 민주당의 차이'라는 2020선거의 핵심의제를 희석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현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돼 공격대상이 되는 '괴이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해 같은 민주당 행정부를 끌어들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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