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2차 대선토론서도 바이든에 집중포화…바이든도 '반격'
해리스·부커, 인종차별 등 약점 공략…바이든 "오바마케어 공격은 허튼소리"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미국 민주당의 2020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31일(현지시간)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도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른 후보들의 공격 표적이 됐다.
'1등 때리기'로 지지율 격차를 좁히려는 경쟁자들은 너나없이 바이든의 약점을 파고들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바이든은 한 달 전 1차 토론 때와는 달리 '전투모드'로 태세를 가다듬고 강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당시 느슨하게 대응했다가 점수를 잃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가운데 '흑인 쌍두마차'인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이 바이든 때리기의 선봉에 나섰다.
1차 토론에서 바이든이 과거 흑백 분리주의 교육을 옹호한 전력을 문제 삼아 그를 궁지로 몰아넣어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해리스는 이번엔 건강보험 문제를 전면에 부각했다.
해리스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손꼽히는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ACA)에 대해 "1천만 명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허점투성이라는 식의 공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사람이 정부 보험에 가입하고 본인부담금 없이 기존 의료서비스는 물론 치과와 장기요양 치료까지도 받도록 하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리스는 "의료보험은 하나의 권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해리스의 건강보험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앞뒤가 안 맞는 애매모호한 정책을 갖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면박을 줬다.
또 "오바마케어는 효과가 있다"며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격은 허튼수작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리스가 "과거 분리주의자들을 옹호했다"면서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거듭 공격하자, 바이든은 '오마바 껴안기' 전략으로 비껴갔다.
바이든은 자신이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에 낙점됐던 과정을 설명하며 "오바마는 10명의 변호사를 시켜서 민권과 자유 등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하고 확인한 후에 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최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힘을 줬다. 적어도 흑인의 인권이나 기본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이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게서 이미 검증을 받은 후보라는 주장이다.
이날 바이든은 토론에 들어가기 전 해리스와 만난 자리에서는 "살살 다뤄달라"면서 해리스를 '꼬마'(kid)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 해리스 지지자들의 반발을 낳은 이 호칭은 1차 토론에서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또 한 명의 흑인 후보인 부커는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인 1994년 형사범죄에 대해 한층 강경하게 대응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부커는 바이든이 그 법안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책을 세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바이든은 오히려 부커가 뉴어크 시장 시절에 흑인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 제도를 도입했다고 맞받아쳤다.
바이든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등 다른 후보들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NBC방송은 이날 토론에 대해 "바이든이 상대 후보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카운터펀치를 날렸다"고 총평했다. 바이든은 1차 TV토론에서 '패자'라는 지적을 받자, 2차 토론을 앞두고서는 여러 차례 리허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20명의 후보가 난립한 민주당의 TV토론은 이틀에 걸쳐 치러졌다. 첫날인 30일에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10명이 참여했고, 둘째 날인 이날도 10명의 후보가 토론을 벌였다.
3차 TV토론은 다음 달 12~13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이틀간 진행된다. 민주당은 3차 토론 참여 자격을 더욱 제한해 후보군을 더 압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내년 11월 대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뽑기 전에 총 12차례 TV토론을 한다는 계획이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