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다"…이란, '외무장관 제재' 美 맹비난

입력 2019-08-01 16:25
"유치하다"…이란, '외무장관 제재' 美 맹비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재무부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올린 것과 관련, 이란 정부가 이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영방송 생중계를 통해 "미국은 유치한 행태를 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매일매일 '우리는 대화하고 싶다. 아무 조건도 없다'라고 하면서도 상대국의 외무장관을 제재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무장관을 제재하다니 미국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능력을 상실했다"라며 "그들은 우리 외무장관의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두려워한다"라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은 매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미국 언론, 싱크탱크 등과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달에도 유엔 회의차 뉴욕을 방문해 미국 언론과 연쇄로 인터뷰했다. 미국 정부는 유엔본부와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 공관, 관사만으로 동선을 제한하는 비자를 그에게 발급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1일 "미국 지도부는 자리프 장관이 이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어리석게도 그를 제재했다. 이런 행태는 자기모순과 우둔함의 최고봉이다. 미국은 자리프의 논리력과 협상 기술을 매우 두려워한다"라고 비판했다.

제재 당사자인 자리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내가 이란의 주요 대변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제재했다. 진실이 알려지는 게 정말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내가 당신들에게 그렇게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다니 고맙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자리프 장관이 6월 24일 SDN에 오른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익을 위해 직·간접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SDN에 추가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자리프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무모한 의제를 실행했고 전 세계를 향한 이란 정권의 주요 대변인이다"라며 "최근의 이란 정권의 행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그들에게 전달한다"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이 SDN에 오르면서 미국 내 또는 미국 회사, 미국인이 관리하는 그의 재산은 모두 동결되고 미국 측과 금융 거래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자리프 장관의 재산이나 경제 활동이 미국과 관련 없다면 이 제재는 실효라기보다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무엇보다 통상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탓에 자리프 장관은 앞으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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