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총격범은 "일종의 외톨이"…집에선 탄피 우르르
백인우월주의·이슬람 극단주의 문건도 나왔지만 동기는 의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 총기를 난사해 3명을 살해한 범인은 공범 없이 홀로 범행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된 용의자 산티노 윌리엄 리건(19)이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 담당자인 크레이그 페어는 "우리는 그가 일종의 외톨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홀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계획과 의도, 사고방식 등을 다른 이에게 털어놓지 않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리건은 길로이에서 태어났지만, 최근에는 네바다주(州) 북부 오지인 워커 호수 인근에 거주해 왔다.
네바다에서 AK-47 형태의 반자동 돌격 소총을 산 그는 28일 울타리를 뚫고 길로이의 유명 음식 축제인 '길로이 마늘 페스티벌' 행사장에 잠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그를 즉각 사살했지만, 그때는 이미 6살짜리 소년과 13살 소녀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인근에 주차돼 있던 리건의 차량에선 산탄총이 나왔고, 행사장 울타리 근처 개울에선 총탄이 든 가방이 발견됐다.
리건이 첫 번째 공격에 성공했다면 총기와 탄환을 보충해 2차 공격에 나섰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의 집에선 비어 있는 총기 케이스와 총탄 상자, 방독면, 밀리터리 백팩 등과 함께 한 자루 분량의 탄피가 나왔다.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밖에 백인 우월주의 및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문건과 신경안정제 바륨 등도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리건은 인스타그램에서 이탈리아계이자 이란계라고 자칭한 바 있다.
FBI는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리건의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전화 명세 등을 분석하고 있다.
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을 겨냥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는 범행 당일 인스타그램에 백인 우월주의와 성 차별주의 등을 옹호하는 서적을 읽으라고 촉구하는 포스트를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축제로 마을이 북적이는 것과 라틴계와 실리콘밸리의 백인 '무리'(hordes)를 위한 공간이 조성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건은 특별한 범죄 전력이 없고, 올해 봄 워커 호숫가로 이사한 이후로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스미티 길로이 경찰서장은 사건 당일 시내에서 촬영된 CCTV를 확인한 결과 리건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서 단독범행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리건의 범행 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 총기 범죄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격의 범인 스티븐 패덕은 호텔 32층에서 건너편 콘서트장 관객들을 공격해 58명을 살해하고 500명을 다치게 했지만 여태 정확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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