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악화 속 생산·소비↓…"日규제 반영시 안좋은 영향"

입력 2019-07-31 11:37
대외여건 악화 속 생산·소비↓…"日규제 반영시 안좋은 영향"

경기 선행·동행지표 다시 동반하락…제조업 생산능력은 최장 마이너스

(세종=연합뉴스) 이 율 김연정 기자 =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가 산업생산 지표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6월 수출이 13.5% 급감하는 등의 영향으로 산업생산은 2개월 연속 줄었고, 소비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 동행·선행지표는 3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1개월째 하락 행진을 이어가면서 197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장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달부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여파가 산업생산지표에 반영되면 더욱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7% 줄며 5월(-0.3%)에 이어 2개월째 감소했다.여기에 소매판매액까지 전달보다 1.6% 줄어들면서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지표가 악화한 배경에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과 이에 따른 중국 실물지표 악화가 있다.

지난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 줄어 2016년 1월(-19.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대중 수출은 24.1% 감소하면서 2009년 5월(-25.6%)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2%에 그쳤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분기 성장률 통계를 작성한 1992년 이래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만에 다시 동반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7.9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3월(97.5) 이후 최저수준이 됐다.

제조업체의 설비, 노동력, 조업일수, 설비효율 등을 고려한 적정생산 가능량을 재는 생산능력지수는 1년 전 대비 1.6% 떨어진 101.3으로, 1년 전보다 11개월 연속 내리면서 197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장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일본의 반도체와 소재 수출규제가 본격 개시된 7월 산업생산 지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향후 지표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우리나라가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데 무역 악재가 생긴 거라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발표되는 (경기)전망지수들에도 그런 게 반영돼 (지표가) 좀 안 좋게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도 반도체나 수출에 어려움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앞으로 반영되면 생산지표 감소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자체가 둔화하는 펀더멘털 요인들이 계속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과 한일관계 등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중요한 리스크요인"이라면서 "전반적인 세계경기 둔화와 통상 불확실성이 결국은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IT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증폭돼서 나타날 것"이라며 "반도체나 수출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수출규제 영향은 지금은 크게 반영 안됐는데 앞으로 반영되면 산업생산 지표 감소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협상과 보복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린 건데, 만약에 무역 보복이 반복되거나 확산한다면 제조업 부문의 성장감소 추세가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제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성장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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