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덜 인종주의적" 주장한 트럼프, 이번엔 노예제 비판
최초의 주의회 설립 기념행사서 "노예생활로 고통받은 영혼 기억"
민주당 의원 방해로 연설 끊기는 소동 벌어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민주당 유색인종 의원들에게 막말을 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주의회 설립을 기념하는 공식행사서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 역사를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이날 제임스타운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주의회 설립에 기여한 인물들을 기리는 연설 도중 이곳이 노예제도의 발상지라는 점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 첫 이주민과 함께 노예도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는 "생명을 야만적으로 교환하는 시작이었다"고 언급한 뒤 "우리는 노예제도의 참상과 노예 생활의 괴로움 속에 고통받은 모든 신성한 영혼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흑인 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발언을 인용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 미국 역사에 기여한 바를 나열했다.
또 남북전쟁 끝에 1865년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다시 한 세기 동안 흑인 인권운동이 전개된 끝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 정책이 종결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날 연설은 사전에 원고가 준비됐던 것으로, 민주당 흑인 중진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에 대한 발언으로 인종차별주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날 연설은 그러나 민주당 주의원의 항의로 중도에 끊기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브라힘 사미라 버지니아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네 부패한 나라로 돌아가라, 증오를 추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연단 앞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사미라 주의원은 이후 트위터에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한 것은 "예의 바르다고 인종차별이나 편견을 용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은 우리 국가의 이민자 역사나 대표제,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데 있어 참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버지니아주 흑인 의원들도 "대통령이 대변하는 증오와 무시의 상징을 묵과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이날 행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버지니아 주의회는 1619년 7월 30일 제임스타운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이후 확대 발전해 미국 주의회 역사의 시초로 여겨진다.
제임스타운은 버지니아 주의회 출범한 그 해, 미 대륙 최초로 아프리카 흑인이 도착해 흑인 노예제에 있어 중요한 사적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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