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고교생 시위대 총격사망에 분노확산…당국 휴교령(종합)

입력 2019-07-31 10:23
수단 고교생 시위대 총격사망에 분노확산…당국 휴교령(종합)

"학생 죽이기는 나라 죽이기" 시위 확산…야권 연대, 권력이양협상 연기

군부 "유혈사태, 군부와 무관…모든 학교 무기한 휴업"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하채림 기자 = 올해 4월 쿠데타로 '30년 철권 통치자'가 축출된 수단에서 고등학생 시위대가 총격에 숨진 데 분노하는 시위가 확산하며 혼란이 가중했다.

30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과 주요 도시 여러 곳에서 진압 부대의 발포로 고등학생 시위대가 사망한 데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하르툼에서는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 등 수천명이 모여 수단 국기를 흔들며 "학생을 죽이는 것은 나라를 죽이는 것"이라고 외쳤다.

일반 시민도 가세해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어린 학생 시위대의 죽음에 분노했다.

앞서 29일 수단 중부 북코르토판주(州) 도시 오베이드의 고등학생 수백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비정규 군사조직 '신속지원군' 저격수가 쏜 것으로 보이는 총격으로 고등학생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교생 시위대 사망으로 수단 정국이 얼어붙으며 군부와 야권 사이 권력 이양협상도 미뤄졌다.

당초 이날 야권연대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 지도부는 과도군사위원회(TMC)와 만나 헌법 등 과도정부에 관한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시위 유혈사태로 이를 취소했다.

수단 시위대 지도부의 타하 오스만은 "오늘 TMC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팀이 오베이드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대 지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군부와의 협상은 거리가 평온을 되찾은 뒤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확산과 분노 여론에 당국은 30일 오후 전국적으로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관영 수나 뉴스통신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31일부터 추가 지침이 있을 때까지 휴업하라는 지시가 모든 주지사실에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이번 시위 고교생 사망이 군부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유혈사태를 규탄했다.

압델 파타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오베이드에서 발생한 일은 슬프다"며 "평화로운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달 17일 수단 군부와 야권은 문민정부 수립을 위해 권력을 분점하고 이양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민간인 6명과 군인 5명으로 구성된 공동 주권위원회가 3년 3개월 동안 과도통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4월 11일 수단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30년 동안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지만, 유혈사태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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