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인도 車시장에 또 악재…은행권, 딜러 '돈줄' 압박
딜러에 추가 담보 요구·대출 중단 위협…"판매 더욱 위축 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몇 년 간 급성장하다가 최근 심각한 침체를 겪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악재가 추가됐다.
경기 악화로 대출 회수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 인도 은행권이 유통의 핵심 고리인 딜러를 대상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 자동차산업 특성상 딜러의 돈줄이 마르면 유통과 판매 확대에 곧바로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30일 인도 자동차업계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등 주요 은행은 최근 자동차업계 딜러 대부분을 대상으로 대출 관련 추가 담보를 요구했다.
인도에서는 딜러가 은행권에서 빌린 돈으로 차량을 확보하는 등 판매 활동에 나서는데 관련 담보를 더 제공하게 되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추가 담보 비율은 딜러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존 대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15%가량의 담보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딜러가 필요한 수준만큼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대출을 중단하겠다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은행권은 대출 기간도 크게 단축했다.
인도 은행권이 자동차 업계의 돈줄을 죄고 나선 것은 판매 부진이 계속될 경우 딜러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SBI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어 은행이 잠재적 위험에 노출됐다"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 요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줄어들면 딜러의 경영 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는 자동차 판매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은 시장 유동성 경색, 소비 위축, 경제 성장 둔화 등이 겹치면서 최근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난 6월 자동차 판매량(이하 상용차 제외)은 22만5천73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5% 줄었다.
2018년 11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상반기 전체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0.2% 줄었다.
2020년이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하던 인도의 자동차 시장 침체 상황이 심상치 않은 셈이다.
다만, 시장점유율 2위의 현대차도 역시 판매가 감소했지만 경쟁사보다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상반기 판매 감소율이 전년 대비 -5.6%를 기록,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0%에서 16.8%로 소폭 올랐다.
현대차는 특히 최근 출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베뉴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베뉴의 6월 판매량은 8천763대로 인도 소형 SUV 판매 1위 모델인 마루티-스즈키의 비타라 브레자(8천871대)를 바짝 추격했다. 출시 후 총 계약 대수도 5만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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