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기후변화에 순록 200여마리 아사…40년 관찰이래 처음

입력 2019-07-30 15:06
수정 2019-07-30 15:11
북극해 기후변화에 순록 200여마리 아사…40년 관찰이래 처음

연구자들 "기온 상승에 내린 폭우 결빙에 먹이 못찾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이례적으로 200마리 이상의 순록이 한꺼번에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노르웨이극지연구소(NPI)의 연구자들은 올여름 스발바르 제도에서 야생 순록이 이처럼 대거 아사한 현장을 발견했다.

이 연구소 측은 지난 40년간 이 지역 순록 개체 수를 관찰해왔지만 이처럼 많은 수가 죽어있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실트 온비크 페데르센은 노르웨이 'NRK' 방송에 "그토록 많이 죽은 동물을 보고 겁이 났다"며 "기후변화가 자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정말 슬프다"라고 말했다.

기후과학자들은 올해 초 스발바르 제도의 대표적인 마을로 지구상의 최북단 마을이기도 한 롱위에아르뷔엔이 지구상의 그 어느 거주지보다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점차 따뜻해지는 이 지역 기온은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많은 비를 불렀고, 빗물이 얼어붙으면서 이전보다 두꺼운 얼음층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순록들로서는 더 딱딱하고 두터워진 동토층을 파헤치고 초원의 초목 식물을 뜯어 먹는 게 더 어려워지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지역 순록들은 먹을 것이 고갈되면 해초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해초는 영양이 부족하고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지난해에 상대적으로 많은 새끼가 태어난 것도 죽은 개체 수가 늘어나는 요인이 됐다. 종종 가장 어리고 약한 순록들이 악조건 속에서는 먼저 죽기 때문이다.

온비크 페데르센은 "지난해에는 새끼들이 많았던 만큼 일부는 자연사했다"면서도 "지금 보는 것처럼 많은 수의 순록들이 죽은 건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고, 이는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순록이 감소하면 반갑지 않은 식물 종이 유럽과 아시아, 북미의 북극 생태계 전반에 확산할 수 있다며, 이들 식물 종은 그동안 순록이 먹어치워 확산이 제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 순록과 카리부(북미산 순록)는 지난 20년간 56% 감소했다. 이는 식량 사정과 함께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파리와 기생충이 질병을 옮길 위험성이 커진 탓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스발바르 제도의 롱위에아르뷔엔 지역은 1900년 이후 평균기온이 3.7도 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인 약 1도 상승보다 3배 이상에 달한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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