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난해 분쟁지역 아동 사상자 1만2천여명 달해"
"아프간·팔레스타인·시리아·예멘 순…2005년 이래 최고치"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지난해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약 1만2천여명이 넘는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다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유엔 아동 및 무력충돌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집계된 사상자 수는 분쟁지역 내 소년병 모집이나 성범죄, 납치, 학교·병원에 대한 공격 등 유엔이 확인한 2만4천여건의 아동 대상 '중대 위반 사례'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상위 4개국은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시리아, 예멘 순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해 3천62명의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쳤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도 잦은 공습과 폭탄 테러로 각각 1천852명, 1천689명의 아동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시리아에서는 학교와 의료시설을 상대로 225차례에 달하는 공격이 발생해 아동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빈도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는 지난 2014년 이후 팔레스타인 아동 59명이 숨지고, 2천756명이 다치면서 역대 최고치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아동은 6명이 다쳤다.
NYT는 안보리가 분쟁지역 감시와 기록을 시작한 지난 2005년 이래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 지난해 죽거나 다쳤다고 보도했다.
또 무장단체에 의한 아동 대상 위반 사례는 꾸준히 나타난 한편,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위반 건수가 '우려할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아동에게 자행된 중대 위반 사례의 정도와 심각성에 깊이 우려를 표한다"면서 기록적인 아동 사상자 수와 급격히 증가한 다국적군의 위반 사례를 지적했다.
다만 유엔이 지정한 블랙리스트 국가는 사실상 전년과 그대로 유지되면서 국제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루이스 차보노 휴먼라이츠워치(HRW) 유엔 담당 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지난 2015년부터 예멘 어린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그런데도 유엔이 올해 이들을 또다시 '나쁘지 않은'(Not So Bad) 국가 목록에 포함한 것은 우리의 모든 노력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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