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도 'SNS의 힘'…가정폭력 처벌강화 청원에 65만명 서명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정부에 의한 사회 통제가 여전한 러시아에서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사회운동이 힘을 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에서 가정폭력 처벌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 수십만명이 서명했다.
러시아 여성 인권운동가인 알리오나 포포바가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규정 명문화를 촉구하며 시작한 이 청원은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유명 블로거와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SNS 등을 통해 강력한 온라인 캠페인에 나서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일부 캠페인 동참자들은 가정 폭력으로 생긴 상처, 멍 자국 사진과 함께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러시아에서 가정폭력 문제는 공적으로 논의조차 되기 어려운 이슈였지만, SNS 청원 운동의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포포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캠페인 덕분에 서명자가 65만명을 넘었다며 "러시아에선 매년 1천600만명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별도의 피해자 보호 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아직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규정이 없으며 통상적인 폭행 또는 구타 행위와 동일하게 처리된다.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가정폭력 처벌을 완화한 법안에 서명해 여성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법 개정으로 가해자가 초범이고,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 처벌은 실형이 아닌 벌금형과 사회명령 수준으로 제한됐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최근 러시아 당국이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 조처도 실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명 블로거 올가 크라프츠소바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러시아 여성 3명 가운데 1명꼴로 남편과 파트너의 폭력에 시달리고, 45분에 1명꼴로 집에서 죽임을 당한다. 그 수가 놀랍게도 많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는 3명의 10대 자매가 폭행과 성적 학대를 가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당국을 질타하는 여성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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