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美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청문회 대북 관문 넘을까
美언론 "트럼프 편들지 정보기관 분석 따를지 주목…상원 인준 통과 불투명"
9천명 소도시 시장 지낸 5년차 하원의원…경험부족·노골적 충성 우려 지속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조율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충성파' 5년차 하원의원 존 래트클리프가 지명되면서 그의 경험 부족과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충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 현안과 관련해 미 정보기관의 평가와 다른 입장을 취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곧 있을 인준청문회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심사다. 미 언론들은 인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조만간 있을 래트클리프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와 관련해 공격적이고 당파적인 전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의 인준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정보를 다룬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DNI 국장직을 얻어냈다는 데 민주당의 공격이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정보 업무에 별다른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상원에서 인준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질 것이고 의원들이 정보기관의 분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중 어느 쪽이 맞는다고 생각하는지를 다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러나는 댄 코츠 DNI 국장은 지난 1월 상원에 출석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 정보기관의 분석을 공개 언급,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미 언론들은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에 대한 이견 노출이 코츠 국장의 퇴진에 결정적 요소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국장인 로버트 애슐리 중장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미 정보기관들의 평가라고 밝힌 바 있다. '충성파'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이러한 미 정보기관들의 분석과 같은 입장을 취할지가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인 것이다.
미 언론들은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8년간 텍사스주 히스의 시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히스가 인구 9천명의 소도시에 불과했다는 점과 2015년 하원에 입성한 것 외에 별다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으로 지적하고 있다.
코츠 국장도 정보를 다뤄본 경험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독일 대사를 지내고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수년간 활약했다. 전임인 제임스 클래퍼는 DIA국장을 지냈고 그 전임인 데니스 블레어는 태평양군사령관을 역임했으며 마이클 매코널 전 국장 역시 국가안보국(NSA) 국장 출신이다.
WP는 "정보기관 수장들이 꼭 정보 당국자의 경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에 대한 강경 지지자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DNI 국장은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에 직접 지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을 조율·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위한 일일 정보 브리핑 자료도 만들기 때문에 당파성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코츠 국장의 후임은 정치보다 애국심을 앞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의 선서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과 미국인을 수호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래트클리프 지명자는 당초 법무장관직을 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백악관에서는 그가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다고 탐탁지 않아 했으나 지난 24일 청문회에서 래트클리프가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을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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