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내우외환 '먹구름'…악재에 또 악재
G2무역협상·日수출규제 등 겹쳐…증권가 "당분간 반등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갈수록 늘어나는 대내외 악재에 국내 주식시장이 29일 크게 출렁이면서 향후 증시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8% 내린 2,029.48에, 코스닥 지수는 무려 4.00% 하락한 618.78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특히 코스닥은 종가 기준으로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2년 3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국내 주식시장의 급랭이 최근 누적된 대내외 악재 탓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와 기업 실적 부진, 최근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에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등에 따른 바이오주의 부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투자자층이 얇은 시장의 성격상 수급 공백이 심화된 점도 작지 않은 원인으로 꼽힌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증시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실적 전망치가 안 좋기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재개 여부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 한국 배제 여부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쌓인 상태에서 복합적인 원인이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이슈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발도상국들이 무역에서 과도한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중국을 겨냥했다"며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작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일본의 수출 제재 이슈 충격에 따라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상장기업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상승 동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낙폭이 큰 이유로 수급의 취약성을 지목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코스닥은 기관 수급이 특히 좋지 않다"며 "최근 개별 종목에서 기관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시장이 작고 외국인 비중이 크지 않아 기관 매도에 지수가 크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코스닥은 바이오 비중이 큰데, 최근 한 달여간 바이오 관련 이슈로 인보사 사태와 한미약품[128940]의 기술수출 무산 등으로 바이오업종 투자심리가 완전히 깨지면서 지수가 무너졌다"며 "갑작스럽게 무너진 게 아니라 한 달여에 걸쳐서 계속 진행돼 온 부진한 흐름이 배경으로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일부 기업들의 담보 부족에 따른 신용 리스크로 매물이 출회되며 낙폭이 컸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재가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국내 증시는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증시 반등이 당분간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수출 반등이 나온다든가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둔화한다든가 하는 거시경제 회복이 이뤄지고 대외 악재도 소화가 돼야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전반적인 국내증시 수급이나 업황이 좋아지려면 미중 무역협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런데 이런 협상 타결 기대가 줄어드는 듯한 기사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어서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또 "코스닥은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하는데, 현재 투자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 이것이 개선되려면 신약 개발 등의 이벤트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호 센터장은 일본과의 무역 마찰, 미중 무역협상 등 악재가 개선되면 "대외 부문 영향이 큰 수출, 특히 반도체나 자동차 등 업종은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내수주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스닥의 경우 지수가 많이 빠졌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상단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센터장은 "일본의 수출 제재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침체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경우 경기침체 압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증시의 하락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악재에 국내증시가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코스닥의 경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기대심리(센티멘털)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 충격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센터장도 "2분기까지 기업 실적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점진적으로 주가에 대한 저가 인식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항상 주식은 비싸 보일 때에 사서 싸 보일 때에 매도하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증시가 유독 안 좋은 건 정책 대응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프랑스는 세금체계를 변경해 자연스럽게 감세를 유도한다거나 재정지출 증가(율)도 상당히 좋게 유지하는데, 한국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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