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종차별 논란 촉발 트럼프…'분열적 호소' 재선 노림수 분석

입력 2019-07-29 01:24
또 인종차별 논란 촉발 트럼프…'분열적 호소' 재선 노림수 분석

민주 여성 4인방 이후 흑인중진 맹공…대선 전략으로 美언론 평가

WP "트럼프 참모들, 4인방 공격후 메시지 백인노동자에 우호적 결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내 유색 여성 하원 의원 4인방에게 '막말' 수준의 언사를 쏟아내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한 지 보름도 안 된 27일, 이번에는 민주당의 흑인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엘리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며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맹공했다.

커밍스 위원장은 남부 국경 수용시설의 이민자 아동 처우를 강하게 비판해 왔으며, 하원 감독개혁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시절 분식회계·재무비리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인종차별주의자적 공격"이라고 반발하자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에서 또다시 인종주의 카드를 꺼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주당의 여성 초선이자 유색 인종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등 4명의 의원을 향해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17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 유세 현장에서 "돌려보내라!", "(미국을) 떠나라" 등 지지자 구호가 쏟아져 논란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끈 것이 아니다",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진은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 등이 사태 해결을 위해 4인방에게 약점이 될 만한 자료를 건네는 등 부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행을 2020년 재선을 위한 대선 전략이라는 분석을 대체로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캠프가 노동자 백인 유권자에게 분열적 호소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찾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참모들이 4인방 공격 트윗 이후 전반적 메시지가 백인 노동자층 등 정치적 지지기반 사이에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런 결론은 참모들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사랑하든가 떠나든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배척주의적 언사를 애국심과 연결할 방법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뒤처졌다고 느껴온 이들의 분노를 이용하고 이 분노를 그가 비판한 의회 의원들을 향하도록 하고 있다는 공화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4명의 의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차 없는 공격이 완고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기반을 얻으려는 방책의 일환이라면서도 이는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을 심화하고 중도 유권자의 관심을 끊게 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 역시 최근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운동의 중심에 인종적 적대감을 뒀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서 선동적 언사가 백인 노동자 지지를 강화하고 문화적 변화를 두려워하는 새로운 유권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논란 이후 여론조사는 질문 방식에 따라 다소 다른 흐름이 나오고 있다.

4인방을 향한 트윗이 올라온 다음 날인 15∼17일 사이에 실시된 PBS방송·NPR라디오·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자체 최고치인 4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폭스뉴스에서 배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고 답했고, 57%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수 인종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답변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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