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3천500여명 공정선거 촉구 시위…"약 600명 연행"

입력 2019-07-28 01:29
모스크바서 3천500여명 공정선거 촉구 시위…"약 600명 연행"

지난주 대규모 시위 뒤이어…시의회 선거 야권후보 등록 거부에 반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7일(현지시간) 공정한 지방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열렸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비롯한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와 시청 청사 주변에서 약 3천500명이 가두행진 형식의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앞서 허가받지 못한 이 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의 시위 참가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앞서 선거 당국이 오는 9월 열리는 시의회 선거에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의 등록을 대거 거부한 데 대해 항의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 시내 중심가에 집중적으로 배치됐고, 시청 청사 주변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에 시위대는 인근에서 '이곳은 우리의 도시다', '수치다', '우리는 자유 선거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은 해산에 불응하는 시위 참가자 약 300명을 체포해 연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체포 과정에서 코가 부러지거나 머리를 다치는 등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민간단체 'OVD 인포'는 560여명이 연행됐다고 밝혔고, 반정부 성향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600여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후보 등록이 거부된 야권 운동가 일리야 야신, 반부패재단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야권 인사 여러 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이들은 자택과 사무실이 수색을 당했다.

27일 시위를 호소했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앞서 24일 30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이날 시위는 일주일 전 역시 모스크바 시내에서 2만2천여명(경찰 추산 1만2천명)이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근년 들어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데 뒤이은 것이다.

이번 시위는 오는 9월 8일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선거 당국이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요건 미비'로 대거 거부한 데 반발해 벌어졌다.

당국은 야권 후보들이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으로 드러나 입후보에 필요한 서명 5천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앙 의회에 진출한 4개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를 제외한 모든 무소속 후보들은 시의회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구 유권자 3%(약 5천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야권은 모스크바 시의회에 야권 인사들의 진출을 막기 위해 선거 당국이 의도적으로 야권 후보들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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