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유지의 필수 조건은 세포의 뉴클레오타이드 생성"

입력 2019-07-26 15:13
수정 2019-07-26 15:50
"젊음 유지의 필수 조건은 세포의 뉴클레오타이드 생성"

미 USC 연구진, 세포 노화 메커니즘 규명

<YNAPHOTO path='AKR20190726105100009_02_i.gif' id='AKR20190726105100009_0201' title='노화 세포의 신진대사' caption='[USC 공대 데니스 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에게 노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노화는 암을 막는 방어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암을 유발하는 손상이 누적되면 세포는 노쇠기로 직행해 아예 분열을 중단한다. 암의 발생과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반대로 노화 자체를 하나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심장 기능 이상, 동맥경화 등 노화로 인한 질환도 늘어난다.

초고령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건강한 노년의 삶을 꿈꾼다. 무엇보다 정신과 신체의 노화를 최대한 늦춰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USC) 과학자들이, 우리를 '청춘의 샘'으로 인도할지도 모를 체내 분자 경로를 노화 세포에서 발견했다.

USC 비터비 공대의 닉 그레이엄 화학공학·재료과학 조교수 팀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저널 '바이오로지컬 케미스트리(Biological Chemistry)'에 최근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uosc-rdn072519.php])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세포 노화의 이유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레이엄 교수는 "청춘의 샘물을 마시려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걸 마시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반대 방향에서 접근해 세포가 늙는 이유를 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역발상의 시도는 애초에 바란 것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항구적으로 분열을 중지한 노쇠기 세포를 중점적으로 관찰하다가, DNA 구성에 꼭 필요한 뉴클레오타이드가 노화 세포에선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반대로 젊은 세포의 뉴클레오타이드 생성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면 곧바로 노화 세포가 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뉴클레오타이드 생성이 세포의 젊음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고, 세포의 뉴클레오타이드 생성 능력을 유지하면 노화가 늦춰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영양분이 이동하는 생화학적 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왕성히 분열하는 젊은 세포에 탄소 동위체 표지 분자(molecules)를 넣고 3D 영상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노화 세포 중에는 두 개의 핵을 가진 것이 많고, 이런 세포들은 DNA를 생성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다.

기존의 노화 연구는 주로, 동물의 결합 조직에 흔한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 그레이엄 교수팀은 여러 기관의 표면을 구성하는 상피세포를 썼다. 대부분의 암이 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는 걸 고려했다.

이번 발견을 환자에게 실제로 적용하려면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생쥐 실험에선 효과가 입증됐다. 노화 세포를 제거한 생쥐는 새끼를 낳는 생식 능력이 더 오래 유지되는 등 다른 생쥐보다 건강하게 늙어갔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가 노화를 완전히 막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암세포의 고삐를 풀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발견이 암과 여러 노화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그레이엄 교수는 "노화 세포의 신진대사 체계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이해하면 이 대사 경로를 이용해 표적 요법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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