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뒤에 '가짜' 대통령상징이…"러 결탁·골프 애호 조롱"
러 상징 쌍두 독수리가 골프채 움켜쥔 모습…주최측 "실수일뿐 고의 아냐"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무대에 그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가짜 대통령 상징물이 버젓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보수주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워싱턴DC에 있는 매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개최한 학생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단체 설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와 함께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 뒤 스크린에는 미국 대통령직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잠시 나타났다.
그러나 스크린 속 이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미국 대통령의 문장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고자 제작된 '패러디' 이미지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단상 스크린에 사용된 이미지의 독수리는 머리가 둘 달렸고, 왼쪽 발톱에는 골프클럽을 여러 개 움켜쥔 모습이다.
진짜 미국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는 머리가 하나고, 화살 다발을 쥐고 있다.
머리 둘 달린 독수리는 동로마 제국의 상징이었고, 동로마 패망 후에는 기독교 정교회를 믿는 동유럽 국가의 문장으로 주로 쓰인다. 러시아 문장의 독수리도 머리가 둘이다.
패러디 문장의 머리 둘 달린 독수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혐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가리킨다고 WP는 분석했다.
또 화살 대신 골프클럽이 들어간 건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골프 취미를 꼬집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장의 배너에 나오는 글은 흐릿한 해상도 탓에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비슷한 패러디물을 판매하는 웹사이트에서 찾은 제품에는 원래 대통령 문장의 라틴어 문구 'E PLURIBUS UNUM'(다수로부터 하나로) 대신 '45는 꼭두각시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글귀가 들어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다.
백악관이나 터닝포인트 양측 모두 가짜 문장 이미지가 행사에 사용된 자세한 경위와 누구의 소행인지를 24일 밤까지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장에 쓰인 연설대 등의 다른 대통령 문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백악관 대변인은 WP와의 통화에서 "마지막 순간에 영상음향팀의 실수로 (패러디 이미지가) 들어갔다"고 추정하면서도 "정확하게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터닝포인트의 대변인은 "그냥 영상·음향 실수이지 절대 고의는 아니었다"면서 패러디 문장 탓에 거물급 연사들이 주목받지 못해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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