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안보사령탑부터 野 원내대표까지…볼턴, 이틀간 '광폭행보'

입력 2019-07-24 19:47
수정 2019-07-24 20:25
靑 안보사령탑부터 野 원내대표까지…볼턴, 이틀간 '광폭행보'

나경원·정의용·정경두·강경화 순으로 면담…중러 KADIZ 침범·한일 갈등 등 논의

볼턴 "한일 갈등, 외교적 해법 모색해야"…'관여' 가능성 시사

'북미 실무협상 조속한 재개 통한 비핵화 협상 진전'에도 정부와 한뜻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만나며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아우르는 '광폭 행보'로 1박 2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 측 인사들과의 연쇄면담을 통해 굳건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미일 3국 공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등 중대한 외교·안보 현안이 불거진 상황에서 미국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을 떠나 일본을 먼저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23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로 입국했다.

방한 직후 외부일정 없이 숙소인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난 볼턴 보좌관은 24일 오전 8시 미국 대사관저에서 나 원내대표를 만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면담에서 두 사람은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동맹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중러가 KADIZ를 침범하는 등 엄중한 안보현실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가 삼각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와의 면담 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정 실장과의 만남에서도 볼턴 보좌관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한 것을 두고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이는 한일관계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볼턴 보좌관이 밝힌 입장은 중러의 사실상 도발이 볼턴 보좌관의 방한 당일에 이뤄져 '무력시위' 성격을 담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역내 안보 협력 파트너인 한미일의 공조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일 간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삼각 공조의 약한 고리를 건드린 만큼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도 읽힌다.



외교부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오후에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갈등을 두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면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역내 평화·안정 등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한미일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러한 한미 간 공동의 인식은 결국 한일 갈등 양상에 따라 미국이 '관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한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노력의 하나로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턴 보좌관은 일본이 추가적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옴에 따라 그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를 거론했을 확률도 높다.

청와대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협정 파기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아 이와 관련한 볼턴 보좌관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으나 공개 석상에서 이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없었다.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방한에서 논의될 공산이 컸던 이슈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도 한미는 긴밀한 대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편,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통해 한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통적인 한미 동맹과 공조 태세를 견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의 면담에 이어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정경두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정 실장을 만난 데 이어 오전 11시 55분부터 오후 1시 15분까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소인수 업무 오찬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과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미측에서는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도 배석했다.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 이슈도 비중 있게 논의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조속히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돼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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