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도 뿔났다…국내 시장 장악 日낚시용품도 노노재팬 조짐

입력 2019-07-25 06:55
수정 2019-07-25 10:26
도시어부도 뿔났다…국내 시장 장악 日낚시용품도 노노재팬 조짐

불매운동 의사 봇물…온라인 커뮤니티서 국산품 애용 호소, 조회 수와 댓글 급증

최고 원정 포인트로 각광받던 쓰시마 출조객도 최근 급감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이미 가진 일본제품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웬만하면 국산품을 쓰는 게 좋은 일 같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노노재팬이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낚시 카페를 중심으로 일본산 낚시용품과 관련한 낚시꾼들의 자성 및 불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부끄럽다. 우리도 동참하자"

최근 한 낚시 동호인(닉네임 00갈매기)이 인터넷 낚시 커뮤니티 게시판에 쓴 글 일부다.

이 회원은 "일본제품을 많이 쓰다 보니 일본에서 하는 말이 '한국에는 프로 낚시인들이 이렇게 많나'라고 의아해한다"며 "차차 국산품 품질 개선도 하고 국산품 위주로 판매하는 환경도 구축해서 향후에는 일본제품을 안 써도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 글이 게시된 지 나흘 만에 조회 수가 4천700건을 넘어섰고,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 대부분은 '동참한다', '국산으로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국산품 애용할 테니 국산품 거품 좀 빼라' 등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부는 '부끄럽다. (일본산) 낚싯대 들고 다니지를 못하겠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낚시꾼들의 자성 목소리에 더해 낚시방송 프로그램이 뜻하지 않은 포화를 맞기도 했다.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일부 매체가 일본에 가서 제작하는 낚시 프로그램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2천명 이상이 이 글을 읽었고, 수십명이 댓글로 공감했다.

한 동호인은 "낚시 쪽만 유일하게 일본산이 판을 치고 있다"며 "요즘 분위기에 일산제품을 이용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 "일본산 떡밥 안 팔아요. 일본 글자 적힌 모자도 쓰지 말자"

다른 낚시 커뮤니티에도 최근 며칠 사이에 일본산 낚시용품 불매에 나서자는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낚시점에서 일본제품 떡밥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는 곳도 곳이 하나둘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인들은 국내 제조사 어려운 여건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기술개발 등 자체 경쟁력 확보도 당부하고 있다.

한 낚시 블로그 회원 'supe****'는 "국내 떡밥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걸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떡밥, 소품, 가방 종류 빼고 개발이 전무한 낚싯줄과 바늘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 낚시 카페는 일본산 브랜드 이름이 적힌 모자나 소품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 한때 인기 절정 쓰시마 원정도 '뚝'

낚시용품 관련 노노재팬 조짐뿐만 아니라 낚시천국이라는 일본 쓰시마로의 원정 출조 낚시꾼도 급감세를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낚시 붐이 일면서 현재 쓰시마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소위 낚시 여관이 30여개 난립해 있을 정도로 수많은 한국 조사들이 찾았다.

쓰시마 경제는 한국 낚시꾼들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부산과 쓰시마를 오가며 원정 낚시꾼들을 안내하는 소위 가이드인 A 씨는 "경기가 좋지 않고 다소 부담되는 비용임에도 꾸준히 낚시꾼들이 쓰시마로 들어왔는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이드 B 씨는 "일본과의 갈등이 빚어진 한 달 사이 일본 여행객 뿐만아니라 쓰시마 원정 출조객도 급격히 줄었고, 최근엔 출조 문의마저 뚝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 낚시용품 산업 심각한 무역역조…업체 개발 노력·꾼들 인식 변화 필요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낚시용품 수입액은 1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낚시용품 수입국가는 중국(46.0%, 5천600만달러)과 일본(36.8%, 4천500만달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이 2008년 이후 일본을 제치고 낚시용품 최대 수입국이 됐으나, 중국산도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만 됐지 대부분이 일본 브랜드여서 사실상 국내 낚시용품 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낚시 인구가 늘면서 낚싯대와 릴, 줄, 찌, 바늘, 소품은 물론 깨알만 한 봉돌까지 일본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우리 업체들의 일본으로의 국산 낚시용품 수출은 통계조차 무의미할 만큼 미미한 실정이다.

부산의 무역통계 관련 기관 한 관계자는 "수출입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렇지 무역역조가 가장 심각한 산업 분야 중 하나가 낚시용품 산업"이라며 "차제에 심각한 무역역조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낚시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낚시꾼들의 인식 변화에 달렸다"라고 밝혔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같은 제품에 일본 브랜드와 한국업체 브랜드를 달리 붙였을 뿐인데 일본 브랜드 제품만 팔리는 실정이다. 그것도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 낚시꾼들의 일본산 선호 때문에.



한국낚시협회 공동회장을 지낸 정연화(65) 부산시 낚시협회 고문은 "특정 업체 몇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본보다 영세하다"며 "국내 인건비 상승과 수출 시 높은 현지 세금 등 영향으로 거의 내수에만 집중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국내 업체가 설 자리가 없다"며 "일본산 낚시용품 불매운동은 국내 업체 입장에서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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