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엑소좀 쓰면 신경발달 장애 치료에 효과"
미 스크립스 연구소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진핵세포에서 세포막이 내부로 접히면 엔도좀(endosome)이라는 세포 내 소포가 생긴다.
엔도좀 중 일부는, 다시 막이 내부로 접히면서 작은 소포들을 생성하는데 이런 엔도좀을 다중 소포체, 그 안의 소포를 엑소좀(exosome)이라고 한다. 세포막 내부에 있는 엔도좀 안에 엑소좀이 있는 것이다.
엑소좀에는 진화적으로 보존된 단백질, 핵산, 지질 등 생체분자가 들어 있는데, 엑소좀 하나에 든 생체분자는 약 2만 개에 달한다.
다중소포체가 세포막과 융합하면서 세포 외부로 열리면, 엑소좀은 세포 밖으로 나와 다른 세포와 융합한다. 엑소좀은 이런 세포 메커니즘을 통해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생체 분자를 옮긴다.
한때 세포 내 '쓰레기 주머니'로 치부됐던 엑소좀은 이제 과학계의 손꼽히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최근 수년만 봐도, 암이나 퇴행성 신경질환의 확산과 관련된 생체 분자를 엑소좀이 전달한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가 여러 건 나왔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SRI) 과학자들이, 뇌 발달과 연관된 엑소좀의 주요 기능을 추가로 발견했다. 엑소좀이 뇌 신경세포(뉴런)와 신경 회로 발달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발달 장애로 손상된 뇌 조직을 엑소좀이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홀리스 클라인 뇌신경과학 석좌교수 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23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sri-emh072219.php])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뇌 발달 과정에선 뉴런들 사이의 신호 교환이 필요한데 그 방법의 하나가 엑소좀인 것으로 밝혀졌다. 엑소좀 내 생체분자 중에서 세포간 신호전달의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역시 단백질이었다.
연구팀은 건강한 뉴런과 레트 증후군으로 결함이 생긴 뉴런을 비교 관찰했다. 레트 증후군 뉴런은, 환자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PSCs)에서 분화한 것을 썼다.
유전성 뇌 발달장애인 레트 증후군은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실험 결과, 레트 증후군 모델의 엑소좀에는 유해한 단백질이 없었다. 하지만, 건강한 엑소좀에서 발견되는 필수 신호 단백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배양한 레트 증후군 뉴런에 건강한 뉴런의 엑소좀을 주입했더니 신호 전달 기능이 회복됐다. 아울러 생쥐 뇌의 해마 영역에 건강한 엑소좀을 투여하자 뉴런의 증식이 확산했다.
연구팀은 또한 레트 증후군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제거해도 엑소좀의 신호 기능이 회복되는 걸 확인했다.
클라인 교수는 "레트 증후군 환자에게 생긴 신경발달 결함을 건강한 세포의 엑소좀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흥미롭다"면서 "많은 신경발달 장애가 유전적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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