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무웅 국립문학관장 "친일작가 자료도 수집·연구해야"
"국가·민족주의 지나친 강조는 문학 보편적 가치 측면서 조금 과도"
"문인과 직원 단합해 독립성 유지 애써야…관장 인선에 문단 추천 시도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은 24일 친일 작가 문제와 관련해 "그런 반민족적 행태가 나타나는 걸 대비해서 오히려 (친일 작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관장은 이날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집·연구가 일차적 기능이므로 모든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꾸 문제가 되는 게 친일 얘기인데, 친일 작품도 친일 내용을 알기 위해서라도 수집하고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적 친일 작가로 소설가 장혁주와 평론가 김문집을 들면서 "그런 경우도 자료를 수집해 후일 연구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런 반민족적 행태가 나타나는 걸 대비해서 오히려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염 관장은 베이징 중국현대문학관의 사례를 들며 "중국은 반식민지였던 반면, 우리는 온통 식민지였던 역사가 반영돼 반제·반식민지 투쟁이 문학관에 너무 강조돼 있다"면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요소가 과도하게 강조되는 것은 오늘날 문학의 보편적 가치라는 기준에서는 조금 과도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염 관장은 이어 "그 문제보다 한국 문학의 범주를 어떻게 할지가 자료 수집에서 더 중요한 내용"이라며 외국으로 이주한 작가들, 이민자 2·3세들의 문학을 한국 문학에 포함할지, 우리 작가들 작품의 번역본을 어디까지 어떻게 수집할지 등이 난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을 예로 들며 "재판, 삼판 수없이 많은 오류의 재생산이 있었는데, 이것들도 어느 정도까지 수집할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 문학적 가치는 떨어지지만, 당대 사회상 연구를 위해 필요한 대중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이라고 밝혔다.
국립문학관은 전문 서지학자 등으로 구성된 자료수집전문위원회를 통해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심의할 계획이다.
염 관장은 국립문학관의 독립성 문제와 관련해 "괜찮은 장관이나 정부가 있다면 '문학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어느 나라나 조금 (상황이) 그렇다"면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문학관 내부의 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단합돼 독립성 유지에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문학관장 인선 과정에서 문단에서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우영 사무국장은 "문학관 안에도 후원회 조직을 장기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면서 "예산이 조금 자유로워지면 관료적·제도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염 관장은 "국립이라고는 하지만, 언젠가 자율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자적 기구가 돼서 특별전이나 상설전을 한다는가, 자료 소장 등 모든 면에서 국가 정책 영향을 안 받고 벗어나서 하는 게 좋겠다"면서 "원로 문인이나 원로 학자, 돌아가신 문인 유족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모금해 기증 운동을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염 관장은 러시아 푸시킨 문학관처럼 국립한국문학관에도 교육·연구 기관인 '문학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립문학관은 서지학자인 하동호 전 공주대 교수가 기증한 5만5천본 자료를 기반으로 초반 운영을 진행하면서, 내년까지 예산 25억원을 들여 주요 자료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국립문학관 설립을 앞두고 고서적 가격이 뛰고 있는 점을 문학관 측은 우려했다. 정 사무국장은 '진달래꽃' 등을 예로 들며 "어떤 책은 시장 가격보다 2~3배 넘게 책정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다.
국립문학관은 최근 법인 등기를 마치고 창립 이사회를 열어 본격적인 첫걸음을 뗐다. 문학관 청사 건립 부지 확정은 지난해 10월 31일 마쳤고, 완공은 오는 2023년 9월께, 개관은 2023년 12월께로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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