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를 잇다…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기념 특별전

입력 2019-07-24 14:19
수정 2019-07-24 14:40
정신문화를 잇다…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기념 특별전

국학진흥원서 30일부터 11월 3일까지…도산서원·병산서원 자료 중심

선조 새보 찍힌 서책 등 70여점 소개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한국 정신문화를 이어온다."

한국국학진흥원과 안동시가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의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연다.

세계유산 9개 서원 가운데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에서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를 중심으로 전시회를 기획했고 자료 70여점을 소개한다.

24일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자료 가운데 1575년 도산서원이 사액(賜額)을 받을 때 조정에서 내려준 소학언해, 논어언해 등 7종류 서책에 선사지기(宣賜之記)라는 선조 새보(璽寶)가 찍혀있다.

이는 국내에는 현존본이 거의 전하지 않는 희귀본이다.

정조 역시 도산서원에 애정이 각별했다.

퇴계 이황(1501∼1570)이 제자인 월천 조목(1524∼1606)에게 보낸 친필 편지를 묶은 사문수간(師門手簡)을 보고 큰 감동을 한 나머지 직접 발문을 지어 어제제선정간첩후(御製題先正簡帖後)를 1794년 도산서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때부터 사문수간은 도산서원에서 각별히 취급했다.

광명실 소장 문헌을 관리하기 위해 작성하던 서책 치부기(置簿記)에서 사문수간을 언제나 수위에 기록했다.

이처럼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기존 관학과는 다른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성리학 탐구를 했다.

영남학을 대표하는 퇴계학파를 형성해 조선 시대 유학 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서원으로 위상을 차지한다.



병산서원은 만대루를 중심으로 한 영남 사림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이 탁월하다.

퇴계 이황 제자인 서애 류성룡과 그의 아들 수암 류진을 배향하고 있으며 영남 서쪽 지역 공론을 모으는 장소로 주로 활용했다.

천휘록(闡輝錄)은 풍산류씨 류이좌(1763∼1837)가 작성한 상소 일기다.

1792년 사도세자 신원(伸寃)을 간청하기 위해 영남 유생 1만여 명이 연대 서명을 해 왕에게 올린 영남 만인소 작성 경과를 기록해 놓았다.

영남 만인소는 조선 역사에서 최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아쉽게도 그때 작성한 것은 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에 소개하는 천휘록에서 그 전말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소청일기, 태학통문 등 여러 상소 자료는 상소 운동을 준비하는 사림들 공론 장으로 병산서원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서원은 강학과 제향이라는 유학 교육기관으로 보편적 속성을 비롯해 같은 시대에 활동한 지역 선현을 배향하며 사림들 정치·문화·교류 중심 장소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한국이란 지역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한국 서원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거치며 입지와 경관, 공간 구성과 기능을 온전한 형태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한국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학진흥원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서원이 단순히 관람을 위한 박제화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전통문화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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